17일째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이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25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26일 오전으로 시한을 정해 실무회담 제의에 대해 답하라고 했다. 거부하면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중대 조치’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당국이 직접 나서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낸다는 뜻이다.

◆중대 조치는 무엇을 뜻하나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중대 조치’에 대해 “북한이 회담 제의를 거부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측 근로자(176명) 철수 카드가 우선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공단 폐쇄 조치를 꺼내 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개성공단 송전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중대조치를 언급한 것은 개성공단 상황이 한계에 임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에 따라 23일째 진입이 차단돼 있다. 북측 근로자의 철수로 가동이 중단된 지 17일째에 접어들면서 입주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체 123개 기업이 매일 150억~200억원가량 손실을 입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300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를 더하면 손실은 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북한이 대화 제의를 거부한 다음에 생각할 요소”라며 “정부로선 북한이 개성공단을 유지할 뜻이 있다면 대화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고 최소한 통행제한에 대한 조정은 있어야 개성공단 유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재판 가능성

정부가 북한에 회담을 제의하면서 시한을 못박은 것 역시 이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북측에) 시간을 넉넉하게 준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한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키겠다는 확고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국내 언론사 편집국장단과 만나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가 남북 관계가 예측 가능한 관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된다”며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과거와 같이 퍼주기 식의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북한이 정치적 의도로 개성공단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제 관건은 대화의 공을 넘겨받은 북한의 대응이다. 우리 정부의 근로자 철수 카드에 대해 북한이 시설물 동결 등의 맞대응 조치를 취하면 금강산 관광 중단 사건처럼 개성공단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국가전략 차원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북한이 제기한 평화협정 체결, 대북 적대시 정책 중단 등을 의제에 올리지 않은 채 개성공단만을 논의하는 실무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북한 역시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을 유지할 뜻이 있다면 대화 제의에 응하겠지만 ‘조건부 수용’ 형식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