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에 좌석 등급이 도입된 것은 1950년대다. 30명 이상이 타는 큰 여객기가 등장하면서 좌석을 일등석과 일반석 두 가지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중간단계인 비즈니스 클래스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81년 호주의 콴타스 항공으로 이후 지금과 같은 3단계의 좌석 등급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20년도 훨씬 넘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떠난다는 건 여전히 대다수 사람에게는 약간의 기대와 흥분을 수반한다.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우선 공항 티케팅 카운터부터 일반석과는 구분돼 있다. 부칠 수 있는 짐의 개수도 일반석의 두 배다. 공항 라운지에서 느긋하게 음료를 즐길 수도 있고 탑승 순서도 먼저다. 비행기에 오르면 좌석은 넓고 발을 쭉 뻗고 누울 수도 있다. 승무원의 극진한 서비스가 이어지고 식사는 호텔급이다.
출국 수속에서부터 시작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승객에게 주입시키는 게 바로 비즈니스 클래스다. 비즈니스 클래스를 처음 타본 뒤 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고 농담 삼아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일반석(할인항공권 기준)의 3.5배(대한항공 인천~뉴욕 왕복기준)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요금에도 수요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탔다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에 불만을 품고 여승무원을 폭행까지 했던 한 기업체 임원이 결국 사표를 냈다고 한다. 상세한 사건 경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비즈니스석이 주는 특별한 느낌에 붕 떠서 일을 그르치지 않았나 싶다. 뭔가 융숭하게 대접받는 느낌, 왠지 출세한 것 같은 느낌에 젖어 좀 과하게 우쭐댔던 게 화근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만약 외국 항공사를 이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특별한 서비스에는 그에 합당한 손님으로서의 품위도 따라야 하는 게 기본이다. 신사라야 신사 대접을 받는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