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오른쪽)가 지난 17일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기술마케팅과 시장조사 수업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크리슈머 마케팅’ 케이스를 활용해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전성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오른쪽)가 지난 17일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기술마케팅과 시장조사 수업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크리슈머 마케팅’ 케이스를 활용해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갤럭시 폰 성공비결은 크리슈머의 힘…"내가 써 본 기능 너에게 알려주마"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갤럭시노트Ⅱ를 출시하고 11월부터 ‘새롭고 놀라운 기능을 찾아라’는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Ⅱ의 기능을 생활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보내주면 회사 측이 동영상으로 제작해 광고에 활용했다. 지난 2월에는 기존 영화에서 주인공이 맞닥뜨린 곤란한 상황을 갤럭시노트Ⅱ의 기능을 활용해 극복하는 장면으로 재구성한 ‘나도 감독이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역시 동영상을 만들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 ‘해운대’ 등을 기반으로 제작된 ‘나도 감독이다’ 동영상은 유튜브나 네이버, 다음 같은 주요 포털에 올해 3월 중순부터 게시되기 시작해 23일까지 한 달여 만에 57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새롭고 놀라운 기능’을 다룬 동영상도 누적 3600만건을 달성했다.

고객들의 활발한 반응을 이끌어낸 삼성전자의 이러한 이벤트를 전문가들은 ‘크리슈머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최신 마케팅 기법인 크리슈머 마케팅은 제품 판매와 브랜드 관리 단계에 선도적인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Ⅱ가 가진 다양한 기능을 소비자가 스스로 발굴하도록 유도하면서 판매를 늘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성과를 얻었다.

삼성전자의 크리슈머 마케팅은 지난 17일 국내 최고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전성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의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수업 ‘기술마케팅과 시장조사’에서 최신 마케팅 기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소비자들이 첨단 기술을 적용한 복잡한 제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갤럭시 시리즈의 전략이 기술과 경영을 접목하는 MOT 과정에 적합해 수업에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MOT는 기술과 경영의 융합을 통해 이공계 인력이 기업 경영자가 되도록 육성하는 과정으로 ‘이공계의 경영전문석사(MBA)’로 불린다. 국내 MBA나 MOT는 대부분 미국 대학들의 과정을 그대로 옮겨와 수업도 미국 기업 사례 위주로 진행한다. 그만큼 국내 기업의 마케팅 사례가 정식 수업에 활용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 교수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마케팅에서 입소문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용 경험을 다른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이 곧 입소문이 된다는 것이 크리슈머 마케팅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첨단 제품의 다양한 기능을 담은 설명서를 공부하듯 읽으려고 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며 “크리슈머 마케팅은 설명서를 읽는 대신 다른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 제품을 쉽게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활용도가 높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 성공을 거뒀다는 게 전 교수의 진단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