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툴무슈의 ‘허영’ (1889, 캔버스에 유채, 파리 장식미술도서관)
오귀스트 툴무슈의 ‘허영’ (1889, 캔버스에 유채, 파리 장식미술도서관)
한 여인이 거울 앞에 서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자신에게 키스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황홀한 표정은 연인과 나누는 그 어떤 입맞춤보다도 감미로워 보인다. 자신과 사랑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다.

프랑스 화가 오귀스트 툴무슈(1829~1890)는 그렇게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즐겨 그렸다. 문제는 이 자기애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이기심이 주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린다는 점이다.

샌디 호치키스 같은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나르시시스트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기애의 종착점은 곧 파멸이다. 자기 얼굴이 아닌 이웃과 동료의 얼굴을 마주보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나르시시즘의 늪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정석범 문화전문 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