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해외채권형 펀드에 반했다
저금리, 부진한 증시 등 불확실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기관들의 펀드 투자 입맛도 바뀌고 있다. 주로 국내 채권형과 일부 국내주식형으로 채워지던 포트폴리오에 올 들어 해외펀드의 비중이 부쩍 늘었다. 일부 기관들은 롱쇼트 매매 전략으로 연 7~9%의 수익을 내고 있는 한국형헤지펀드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펀드 중 올 들어 기관들의 자금 유입이 많았던 펀드 유형은 해외채권형이 꼽힌다. ‘미래에셋법인전용글로벌다이나믹분기배당자1C2’(2242억원), ‘미래에셋법인전용이머징로컬본드분기배당자1’(1500억원),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I’(548억원) 등으로 자금이 몰렸다. 권순학 미래에셋자산운용 법인마케팅부문 대표는 “해외채권형펀드로 올 들어 기관자금이 2조원 넘게 들어왔다”며 “국내채권 수익률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해외채권형펀드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형펀드는 지난해부터 환매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일부 기관전용클래스로는 자금유입세가 두드러진다. 연초 이후 지난 12일까지 100억원 넘게 자금이 들어온 해외주식형펀드 13개 중 9개가 기관전용펀드였다. ‘한화꿈에그린차이나A주자H-1C/Cf2’(261억원), ‘삼성아세안자2(Cf)’(214억원), ‘피델리티재팬자I’(182억원) 등이다.

양봉진 한국투자신탁운용 AI운용본부 글로벌운용전략부문 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펀드 투자 비중을 급격히 줄였던 기관들이 자산배분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아예 해외투자에 나서지 않던 기관들도 해외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 상반기 내로 500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신규로 설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각종 공제회, 은행 등 보수적인 기관들이 한국형헤지펀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연 7~9%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인 브레인, 삼성,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헤지펀드로는 올 들어 20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지난 12일 삼성자산운용은 공제회 등의 기관 자금을 200억원가량 받아 헤지펀드 설정액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헤지펀드도 이달까지 400억원가량의 기관 자금을 모을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