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네이버 부동산의 '상생 생색내기'
“상생을 하려면 소모품을 공짜로 주는 것보다 수천만원씩 받아가는 광고비부터 낮추는 게 도리입니다. 네이버의 상생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고통받는 중개업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푼돈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서울 대치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윤모씨(43)는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가 추진 중인 ‘상생 프로젝트’를 이렇게 평가절하했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부동산 중개업소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전국 4000여개 중개업소에 ‘고객용 계약서 보관함’과 ‘고급 종이컵’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들 무상 제공 품목의 가격은 약 30만원. 4000여개 중개업소에 지원하면 전체 비용은 12억원에 달한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네이버를 바라보는 중개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터넷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받아가면서 “푼돈으로 생색을 낸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잠실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김모 대표는 “네이버에 매물 1건을 올리려면 1만원 이상 내야 하고, 프리미엄 회원업소로 등록하려면 6개월에 1000만원, 1년이면 2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종이컵 준다고 상생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네이버가 2009년 부동산 정보업에 진출한 이후 벌어진 상황도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중개업소로부터 연회비를 받고 시세와 매물 정보를 제공하던 기존 정보업체는 네이버 등장 이후 생존의 기로에 섰다. 중개업소들이 네이버로만 몰렸기 때문이다. 대표적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와 부동산 1번지의 작년 매출은 각각 88억원과 9억원으로 2011년보다 각각 42%, 80% 급감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난해 전국 중개업소 1만8000여곳이 문을 닫았다. 휴업 중인 곳을 합치면 2만여개가 사실상 중개업을 포기한 상태다. 2006년 11.3건이던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1인당 연간 주택 거래 건수가 작년엔 3.7건까지 줄었다. 사무실 경비를 마련하기도 빠듯하다.

반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지난해 매출 2조3893억원, 영업이익 70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정말 ‘상생’을 원한다면 등록비와 매물 광고비 인하가 더 절실해보이는 이유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