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비자에게 지방의 특산물을 소개한다’는게 각 백화점의 설명이다. 그러나 왜 빵집에만 집중하는지는 의문이다. ‘대형 백화점의 빵집 경영’은 대기업이 영세업체의 영역을 침범하는 대표적 사례로 비난을 받았다. 정치권이 몰아붙이자 대형 백화점들은 서둘러 제빵사업에서 철수했다. ‘글로벌 제빵업체 육성계획’을 접자마자 지방 빵집과의 ‘상생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발전이 아니라 ‘찍히지 않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한국 대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度 넘은 ‘대기업 이지메’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이지메(집단 괴롭힘)’ 수준이다. 대형마트의 휴일 휴무로 농산물 판매가 23% 줄었다는 게 농업경영인단체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완화될 조짐이 없다. 서울시가 51개 품목을 대형마트 판매금지 품목으로 올렸다가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세무조사를 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국세청 방침도 마찬가지다. 본래 매출이 많을수록 세금 탈루율은 낮다. 국세청 통계에 의하더라도 매출 100억원 이하 기업의 세금 탈루율(2011년 기준)은 69.7%다. 하지만 매출 500억~1000억원 기업은 19.3%에 그친다. 5000억원까지는 16.5%, 그 이상은 3.5%에 불과하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면 탈루율이 높은 곳을 뒤지는 게 이론적으로 옳다. 그러나 국세청은 덩치 큰 기업을 정조준한다.
이것도 모자라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가격 협상권을 준다고 한다. 원도급 업체는 하도급 업체의 용역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싸고 질 좋은 것을 골라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파는 측에서 집단적으로 가격을 협상토록 한다면 담합을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영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업무상 배임죄도 존재한다. 기업인에게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법안 마련도 논의되고 있다.
기업을 해외로 내몰지 말라
경영을 하는데 필연적으로 감옥에 갈 위험이 따른다는 것은 난센스다. 대기업 오너 중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잇따르는 이유다. ‘탈(脫)한국’을 선택하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긴 노동력과 부품을 해외에서 아웃소싱하는 ‘애플 모델’을 따른다면 ‘납품가 후려치기’니 뭐니 하는 시비가 벌어질 일도 없다. 애플처럼 협력업체에 영업이익률 1%만 줘도 된다. 적어도 삼성전자처럼 6%의 영업이익률을 주고도 욕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해외에서 생산하니까 높은 세율의 세금 부담도 없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최고 35%이지만 애플이 조세피난처 등을 통해 낸 세금의 역외세율은 1.9%에 불과하다. 애플처럼 해외에선 70만명을 고용하고 미국에선 5만명만 채용해도 손가락질 받지 않을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각각 14.6시간과 19.5시간이면 족한 미국 앨라배마와 중국 베이징 공장 대신 31.3시간이나 걸리는 한국에 투자할 이유도 없어진다.
‘대기업 혐오증’이 고질병이 되기 전에 치유해야 한다. 정치적 이유로 대기업 적대감을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곧 한국 기업들에 애플 모델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한국 경제의 성장은 요원해진다.
조주현 생활경제부장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