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이 3차원 치아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해 환자에게 치아 상실 부위를 보여주면서 임플란트와 틀니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있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제공
백상현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이 3차원 치아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해 환자에게 치아 상실 부위를 보여주면서 임플란트와 틀니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있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제공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인공치아 임플란트 시술이 한 해 6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십여개 내지 아래·윗니 전체를 한꺼번에 임플란트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선인지 50~60세대에선 반 농담으로 “입안에 차 한대 값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다행히 임플란트 시술은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에 따라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어금니 부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올 들어 치과병원에 임플란트 문의가 예년보다 많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선 치과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살릴 수 있는 이까지 뽑아 임플란트를 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래저래 환자들은 헷갈린다. 임플란트는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불편한 틀니 대신 임플란트?…"그때 그때 달라요"

○치조골 썩었을 땐 임플란트해야

3년 전부터 틀니를 끼던 김성한 씨(64·서울 마포구)는 최근 임플란트 상담을 받으러 치과에 갔다가 혼란을 느꼈다. 치과의사는 아래위에 각 8~10개의 임플란트를 심는 방법, 아래에 임플란트를 6~8개 심고 위에는 임플란트 틀니를 하는 방법 등 4가지 치료법을 제시했다.

김씨는 “장단점을 정확히 몰라 선생님이 결정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치과의사는 “환자가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단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치아가 많이 손상된 사람이 임플란트를 심기 위해 치과에 가면 다양한 시술법을 소개받지만, 전문적인 치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이용무 서울대치과병원 교수(임플란트진료센터장)는 “흔히 임플란트를 덜 심으라고 하면 비용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경제적인 사정 외에도 환자의 잇몸뼈 상태, 씹는 습관, 다른 질병 여부 등을 두루 고려해 다양한 시술법을 제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플란트는 영구치를 뽑고 그 자리에 심어야 하므로 발치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당연히 임플란트는 최후의 선택이다. 이 교수는 “잇몸뼈가 파괴돼 흔들리는 데도 자기 치아를 고집한다면 멀쩡한 다른 치아에도 무리가 간다. 풍치 치아의 주변 뼈 손상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발치 후 인공치아를 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컨대 음식을 깨무는 어금니가 빠졌거나 잇몸 염증이 생겨 치조골이 계속 파괴되고 있을 때는 되도록 빨리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치아가 빠지고 잇몸뼈가 내려앉아서 얼굴이 홀쭉해지고 주걱턱이 될 때, 사고나 병으로 치아가 빠진 경우에도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틀니 착용 후 구토가 나거나 △틀니나 브리지에 대한 거부감 △선천적으로 치아 수가 모자라는 경우 △잇몸이 틀니에 눌려 통증이 있을 때에도 임플란트를 권장한다.

○당뇨·고혈압 환자 유의해야

임플란트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혈압과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환자, 갑상선 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심한 흡연자, 골다공증 환자,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 후 시술을 결정해야 한다.

백상현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은 “요즘에는 임플란트 시술 기술이 매우 좋아졌지만 당뇨병 환자는 임플란트를 바로 심으면 안된다”면서 “식후 혈당 수치가 200㎎/dL 이상 혹은 8시간 공복 시 수치가 126㎎/dL 이상이면 치유능력이 떨어지고 수술 성공률도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환자도 임플란트를 심는 과정에서 공포를 느끼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어 시술을 추천하지 않는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는 경우에도 관련 치료를 먼저 한 뒤 임플란트를 심는 것이 좋다.

앞니가 빠지면 잇몸뼈도 같이 소실되는 경우가 많아 임플란트를 하면 배열이 고르지 않거나 치아 색이 자연스럽지 못할 수 있어 틀니나 브리지를 많이 한다. 윗니가 2개 이하로 남은 사람도 임플란트보다 틀니가 좋다. 임플란트를 심기 어렵고 지탱이 어려울 수 있어 아예 틀니를 하든지, 임플란트를 몇 개 심고 그 사이에 틀니를 하는 ‘임플란트 틀니’를 하는 것이 낫다.

○수술 정확도 높아져

예전에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면 치아를 뽑은 뒤 인공 치근(치아 뿌리)을 심을 때까지 3개월, 그 위에 인공 치아를 얹을 때까지 다시 3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술·회복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시술법이 많이 나왔다.

미국의 치과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아나토마지와 에스플란트치과병원이 공동 개발한 ‘아나토마지 가이드 임플란트 수술법’이 대표적이다. 3차원 치아 CT(컴퓨터단층촬영)를 통해 가상 수술을 거쳐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3차원 CT로 턱뼈·신경관·치아 상태를 파악하고, 수차례의 가상 임플란트 수술로 시뮬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임플란트를 심을 구멍의 크기와 각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환자의 가상수술 결과를 미국의 아나토마지로 보내면 열흘쯤 뒤에 한국으로 수술에 필요한 모형장치를 보내주는데, 이 장치를 환자 입에 끼워서 미리 예측된 잇몸 부위에 레이저로 구멍을 뚫고 인공 치아를 박는 방식이다. 백 원장은 “잇몸뼈 상태가 좋으면 수술 당일에 바로 임시 보철물까지 끼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수술법은 수술시간이 기존의 3분의 1 정도로, 2시간 내에 8~10개의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다. 시술할 때 잇몸을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다.

통증이 두려운 고령층이라면 수면임플란트도 있다. 수면마취를 통해 환자를 가수면 상태로 유도해 시술하는 방법이다. 시술 시 통증을 느끼는 대신 한잠 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교수는 “임플란트 식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신경손상, 출혈, 임플란트주위염, 보철물 파손, 나사 풀림 등의 부작용이 종종 나타난다”며 “수술 이후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은 병원에서 구강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이용무 서울대치과병원 교수
백상현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


■ 임플란트

이식이 가능한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인공치아.
뿌리 역할을 하는 치근(齒根), 뿌리와 치아를 연결하는 지대주(址臺柱), 인공치아로 구성된다. 치근·지대주의 재로는 티타늄, 인공치아는 자연 치아와 가장 비슷한 세라믹 또는 금을 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