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새 연금저축계좌가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증권사들은 상품 판매에 발 벗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산 개발의 어려움으로 기존 연금저축펀드를 새 연금저축계좌로 전환하는데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일 내놓은 '아임유-평생연금저축'은 현재 6800계좌 이상이 판매됐다. 열흘 만에 39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한투증권은 유상호 대표이사가 첫 고객으로 가입하는 등 새 연금저축계좌 판매에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섰다. '아임유-평생연금저축'은 국내외 주식, 채권, 혼합형 등 31개의 다양한 연금전용펀드로 라인업이 갖춰져 있다.

고승연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은 "세법 개정 이후 연금저축이 활성화될 것을 예상해 지난해 11월부터 새 연금저축 상품 개발에 나섰다"며 "타사보다 준비 기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판매와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도 1일부터 새로워진 연금저축계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은 관계자는 다만 "새 연금저축 상품을 출시했지만 홍보를 활발히 하지는 않고 있다"며 "감독당국이 오는 30일께 업무 지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해 내달 둘째 주부터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도 홍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아직 새 연금저축계좌 상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오는 15일, 우리투자증권은 17일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연금저축 펀드 하나만 판매했다면, 이제는 한 계좌에 여러 펀드를 골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 계산이나 세금 혜택 문제 등이 얽혀 있다"며 "전산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말했다.

기존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아직 새 연금저축계좌로 바꿀 수 없는 점도 판매의 걸림돌이다. 이는 현재 법 제도상 가능하지만 자세한 절차가 확정되지 않았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새 연금저축계좌는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에 타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에도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야 한다"며 "현재 신규 가입은 가능하지만 연금 이전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