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역사를 다룬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이하 '지슬')가 관객 10만을 돌파했다.

이 영화의 배급사 진진은 12일 오전 '지슬'의 누적관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달 21일 전국에서 개봉한 이래 22일 만이다.

상영관이 100개가 되지 않는 독립영화로 10만 관객을 넘은 것은 2009년 '워낭소리'와 '똥파리'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기존에 흥행한 독립영화들과 달리 비극의 역사를 다룬 '지슬'의 흥행은 더 이례적인 기록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서울을 제외하고 특정 지역에 뿌리를 둔 영화인들이 그 지역에서 만든 영화로 이렇게 전국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지슬'은 오멸 감독을 비롯한 제주의 영화인들이 제주에서, 제주의 역사를 소재로 만들어 제주에서 지난 3월 1일 처음 개봉했다.

제주에서 2개 영화관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이 지역에서만 2주 동안 1만5천여 관객을 모으며 흥행 조짐을 보였다.

이어 3월 21일 전국 72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첫 주에만 1만7천여 명을 동원한 뒤 다시 1주일 만에 2만 관객을, 3일 만에 2만 관객을 더 보태는 등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특히 4·3 65주기를 맞는 지난 3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지슬'을 봐야 한다"는 캠페인성의 관람 독려 메시지가 확산되면서 평일임에도 하루 동안 5천623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봐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또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인정한 이 영화의 작품성과 메시지가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소력을 발휘하면서 영화를 칭찬하는 입소문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됐다.

이에 따라 4월 3일 이후에도 흥행 열기가 이어지면서 8일간 3만 명을 더 보태 누적관객 10만을 넘게 됐다.

이렇게 흥행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자 '지슬'을 내렸던 영화관들마저 이 영화를 다시 올리게 됐고, 개봉 2주차부터 다른 개봉작들에 밀려 50여 개까지 축소됐던 상영관이 10개 더 늘기도 했다.

진진의 장선영 마케팅 팀장은 "이 영화를 굳이 정치적인 접근이나 4·3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데 초점을 맞춰 마케팅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며 "영화의 울림이 워낙 크다 보니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과 관람 독려가 SNS 상에서 뜨겁게 이어진 것이 흥행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진진은 10만 돌파를 기념해 감사의 의미로 영화 스틸 사진이 담긴 5천 부의 엽서를 제작해 오는 15일부터 각 영화관에서 무료로 선착순 배포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