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형 中企에 연 0.5% 저금리로 최대 12조 지원
한국은행이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 등에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기존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늘렸다. 대출금리는 연 1.25%에서 연 0.5~1.25%로 내렸다. 총액한도대출을 받는 중소기업은 최대 연 1.22%포인트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10억원 대출을 받는다면 연간 최대 1220만원의 이자가 줄어든다.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정부의 경기 부양 요구를 일부 반영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양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 “창조기업 지원하겠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총액한도대출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 개시 후 7년이 넘지 않은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기술형 창업지원 한도를 신설, 대출한도를 12조원까지 늘리고 금리를 낮춘 것이 골자다. 기존의 결제자금 지원한도(7500억원)는 폐지하고 무역금융 지원한도를 75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할 ‘창조형 중소기업군’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허권이나 정부 인증기술 등 공인 고급 기술을 보유하거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창업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6조~12조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금리도 연 1.25%를 적용하던 것을 차등화해 연 0.5~1.25%로 낮췄다. 창조형 창업기업으로 선정된 업체엔 0.5%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김민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원 대상 중소기업들의 대출금리 감면폭은 현행 0.06~0.84%포인트에서 0.32~1.22%포인트로 확대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보다 훨씬 큰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대신 정부의 정책 공조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정부와의 관계가 극한으로 가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효과는 의문

하지만 총액한도대출 개편이 경기 부양에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동안 총액한도대출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기업 자금 융통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쓰였지 경기 회복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쓰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한은은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기존 7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늘리는 조치를 발효했고 같은달 기준금리도 연 3%에서 연 2.75%로 인하했다.

또 중소기업들에 싼값에 대출한다고 해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10월에도 1조5000억원 규모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특별 지원 한도를 신설했지만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제 대출금액은 404억원에 그쳤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 경기는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라며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총액한도대출

한국은행이 공급하는 저금리 정책자금이다. 한은이 저금리로 은행에 대출하면 은행은 이 자금을 자체 조달한 자금과 섞어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중소기업 등에 빌려준다. 한은은 경기가 나쁠 때 총액한도대출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