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신념과 용기" vs "과도한 전투성·反노조"

8일 뇌졸중으로 타계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대한 사후 평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워 과감한 보수주의 개혁을 주도했다는 평가와 반(反) 노조주의로 실업자를 양산하고 양극화를 심화했다는 비판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대처 전 총리의 공식 전기를 곧 출간할 예정인 언론인 찰스 무어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그의 장·단점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무어는 "대처 전 총리의 확고한 신념, 강한 애국심, 특유의 용기, 그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당시 영국의 경제 불황과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전 세계 양분 구도 속에서 발휘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대처 전 총리는 남성이 안팎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여성은 이를 타개할 수 있다고 믿었다.

대처 전 총리는 적의 가치를 파악해 이용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소비에트 연맹이 1976년 대처 전 총리를 조소하는 의미에서 '철의 여인'이라 불렀지만 정작 자신은 이를 명예로 받아들였다.

무어에 따르면 대처 전 총리는 소비에트 연맹, 영국과 포클랜드 전쟁을 치른 아르헨티나, 강력히 대응한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등 상대가 누구이든지 '적'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처했다.

대처 전 총리는 연이어 좌파를 꺾은 영국의 유일한 보수파 지도자로 일컬어진다고 무어는 적었다.

또한 경제를 '주부의 수사학'(rhetoric of the housewife)을 활용해 건조한 관료주의적 영역이 아닌 일상의 문제와 정치적 전투를 벌이는 주제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처 전 총리는 논쟁적 인물로 꼽힌다.

경쟁력이 떨어진 공기업은 과감히 민영화했고 1984년 대대적인 탄광 노조의 파업을 강경 진압했다.

대처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영국 탄광노조(NUM)는 이날 "대처는 자유로운 시장의 상징이었지만 이들이 취한 이익은 소수에게만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 지도자 게리 아담스는 "은밀한 작전으로 시민을 검열하고 사살한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영국과 영유권 논쟁을 벌이는 아르헨티나는 이날 사망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무어는 대처 전 총리가 너무나 많은 정책을 시도했다면서 인두세는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처럼 열정은 강했지만 종종 불필요할 정도로 전투적이어서 내각에서 함께 일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이다.

무어는 대처 전 총리가 배타적이고 현재에 만족하는 남성들의 행태를 참지 못해 언제 멈춰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대처 전 총리가 변화를 가져오고 냉전시대 서방을 도왔으며 노조를 무너뜨렸다면서 그를 '현대 영국의 분열적 창조자'라고 평가했다.

CSM은 그가 엄격한 경제정책과 공공부문의 민영화, 노조의 영향력 축소 등을 통해 전투적인 시대를 열었다고 전했다.

로버트 손더스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대처 전 총리는 노조 영향력을 깨고 사회주의를 제거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집권했다"면서 "자신을 내부(영국)의 전쟁과 싸우는 지도자로 봤다"고 말했다.

한편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대처 전 총리가 "여성 고위 지도자의 문호를 개방한 인물로 여성의 역사를 바꿨다"고 말했다.

길라드 총리는 대처 전 총리와 세계정세에 대한 전망을 공유한 적은 없지만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영국을 이끈 업적을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