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9일 오전 9시7분

[마켓인사이트] 새 주인 품에 안긴지 1년…절반 이상이 실적 악화됐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주인이 바뀌면 시장 참여자들은 대개 피인수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신규 거래처를 대거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새로운 주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진출 기회도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11년에 매각된 주요 기업들의 ‘1년 뒤 성적표’를 조사한 결과 ‘M&A는 매각된 기업에 호재’라는 공식이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다. 절반 이상이 M&A 이후에 오히려 순이익이 줄거나 적자 상태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피인수 기업 절반은 실적 악화

9일 한국경제신문이 2011년 중 100억원 이상에 팔린 45개 기업의 2012년 실적을 조사한 결과 21개 업체의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4개 기업은 적자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5개 중 25개가 별다른 시너지를 거두지 못했다는 얘기다.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인수한 업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기업을 새 주인으로 맞은 19개 기업 가운데 10개는 순이익이 줄었고, 1개는 적자가 지속됐다. SK텔레콤이 인수한 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인수된 해(2011년)보다 2.24% 줄었고, 순손실은 3배 커졌다. 삼성전자가 손에 넣은 메디슨의 경우 매출은 16% 늘었지만 적자로 전환됐다. 롯데정보통신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도 적자 전환됐다. KT&G의 품에 안긴 소망화장품의 순이익은 95%나 줄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와 메디슨은 지난해 업황이 나빴던 데다 SK와 삼성이 새로 진출한 분야인 탓에 단기간에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년 만에 시너지 낸 기업도

인수된 지 1년 만에 실적이 좋아진 기업도 있다. 중견 자동차부품 회사인 이래cs가 인수한 한국델파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델파이는 지난해 매출 1조1870억원, 순이익 285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늘었고, 순이익은 100억원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KG케미칼이 인수한 이니시스도 새로 들인 ‘양자’가 ‘효자’가 된 경우다. 이니시스의 지난해 매출(2194억원)과 순이익(227억원)은 2011년보다 각각 20%, 44% 증가했다. 이 밖에 △충북소주(롯데가 인수) △대한페이퍼텍(한솔제지) △보브화장품(LG생활건강) △온네트(다음커뮤니케이션) 등도 주인이 바뀐 뒤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IB업계 관계자는 “M&A의 진정한 성패는 인수 자체가 아닌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 갈린다”며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임직원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시너지가 나면서 피인수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