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개성공단 전격 방문…협상 제스처?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사진)가 8일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이 6일째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해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남정책 담당자가 방문한 의도에 대해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근 미국과 남조선 보수 당국의 반공화국 적대행위와 북침전쟁행위로 개성공업지구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것과 관련해 김양건 비서가 현지를 료해(점검)했다”며 “김 비서가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를 철저히 견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비서가 공단의 정상적 가동이 어렵게 된 것과 관련해 현지에서 대책협의를 진행하고 “공단 내 어떤 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게 만단의 준비를 갖추는 데 대한 구체적 과업을 해당부문에 주었다”고 보도했지만 과업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비서는 이날 이금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박철수 부총국장 등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부터 11시께까지 공단 내 북측행정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개성공업지구사무소, 종합지원센터, 입주업체, 통행검사소, 남북연결도로 중앙분리선 등을 둘러봤다. 김 비서 일행은 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남측의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가벼운 인사는 나눴으나 그외의 별다른 접촉은 없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비서가 개성공단을 출발한 직후 그의 개성공단 방문사실을 보도해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었음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을 찾은 인물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해 성사시켰다. 또 김정은 체제의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했고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과 정상회담 개최를 직접 논의하기도 했다. 때문에 북측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조업활동에 타격을 입고 있는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치에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는 “김 비서가 그간 대남정책에 관여하면서 쌓아온 이미지를 고려하면 대남 위협메시지라고 보긴 어렵다”며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와 입주업체 사업자를 안심시키려는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개성공단 운영에 지장이 생겼지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앞서 2008년 개성공단 남측 인원의 체류 및 통행 인원을 축소한 이른바 ‘12·1 조치’를 실시했을 당시 김영철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을 비롯한 군부 조사단을 개성공단에 파견한 바 있다. 당시 김영철은 군복을 입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대남 위협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때와 비교해볼 때 대남정책 담당인 김 비서의 방문은 상대적으로 유화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측의 의도를 예단하지 않고 상황 변화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신호로 예단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