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깔린 PC 1년 뒤엔 '좀비'?…MS "보안 업그레이드 2014년 4월 중단" 공식발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4월부터 구형 운영체제(OS) 윈도XP에 대한 모든 기술적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혀 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MS의 기술 지원이 끊기면 윈도XP를 주로 사용하는 기업들은 악성코드 등 해킹에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MS는 8일 서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4월8일부터 세계적으로 윈도XP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회사는 그때부터는 윈도XP에 문제가 발생해도 MS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없고 주변 기기와 통신하는 프로그램인 드라이버의 최신 버전이 지원되지 않아 새로 나온 프린터나 복합기도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안 취약점에 대한 업데이트 역시 이뤄지지 않는다. 신종회 한국MS 이사는 “새로운 악성코드가 발견돼도 MS는 보안 결함을 수정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윈도XP에서 손을 떼겠다는 얘기다.

○1490만대 보안 무방비

2001년부터 판매된 윈도XP 점유율은 여전히 높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인 스탯카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윈도XP 점유율은 23.4%로 윈도7(52.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전체 컴퓨터의 3분의 1인 1490만대(32.7%)가 윈도XP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윈도XP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윈도XP가 각종 보안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MS는 “윈도XP가 상위 버전 OS에 비해 두 배 이상 취약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내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악성코드 감염률이 2011년 말보다 6.3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유발한 악성코드는 윈도XP를 주로 노리는 악성코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MS의 기술 지원이 전면 중단되면 윈도XP를 사용하는 컴퓨터는 보안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윈도XP도 문제지만 함께 제공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하위 버전이어서 이를 이용한 보안 위협도 크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 비용 만만치 않아

윈도XP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이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OS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 중소기업 IT부서 직원은 “MS가 아직도 사용률이 높은 윈도XP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상위 버전으로 바꾸라는 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S는 “OS의 전환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컨설팅부터 시범 운영까지 다양한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MS는 무상으로 기술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반 지원’ 기간을 5년, 일부 서비스를 유상으로 지원하는 ‘연장 지원’ 기간을 5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 기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자들은 최신 버전인 윈도8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윈도7을 선호하지만 윈도7도 일반 지원 기간이 2년 후인 2015년 끝나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는 “MS의 기술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으려면 사실상 윈도8로 모두 바꿔야 한다”며 “그러나 터치 기반 기기에 최적화된 윈도8은 호환성이 좋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