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현 사장 "손해본다는 자세가 '성공 직장인' 첫걸음"
“자존심을 지켜 가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40년 직장생활에서 느낀 것은 자존심을 꺾는 것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게 만든다는 겁니다. 흔히 자존심을 구기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존중받을 수 있답니다.”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그리고 나눔’ 강연에서 서울여상 1학년 학생 250여명에게 이같이 말했다. 차 사장은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1972년 부산은행에 입사하면서 금융계에 첫발을 들였다. 이날 강연은 한국경제신문과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차 사장은 ‘국내 금융산업 전망과 특성화고생의 진로’라는 주제로 1시간30분간 조언을 이어갔다.

그는 “조금 손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하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손해봤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최소한 본전 정도는 한 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 사장은 “직장에선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을 겪을 텐데 자신만 생각하면 성장하기 어렵다”며 “고약한 상사, 뒤통수 치는 동료, 말 안 듣는 부하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깨고 손해를 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차 사장은 부산은행에 입사했을 당시의 마음가짐을 소개했다. 그는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밉보여선 안 되겠다는 마음에 남들이 싫어하는 업무를 도맡았다”며 “조금 손해보는 인생을 살겠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직장에서 신뢰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은행 마감 뒤 입출금 내역을 정산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 “숫자를 일일이 맞춰보기 위해선 늦게까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은행 업무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전문성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에서 첫 5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며 “이 기간 매사에 긍정적 태도로 임하면서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차 사장은 “상고가 아니라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을까 싶다”며 “핸디캡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붙고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가 없는 삶은 자칫 헛돌기 쉽다”며 “각자의 목표를 기록한 자신만의 보물지도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강연을 마치고 “특성화고는 그나마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높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는 입시에 밀려 뒷전”이라며 “금융지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계 및 교육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