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복지' 경고등] 막무가내 폭언 일쑤 '우울증' 속출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다른 공무원이 마주치는 민원인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사회복지 공무원 직능단체인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김세열 성남지회장의 말이다. 복지직 공무원들이 만나는 사람은 대개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불우한 계층이다.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사람도 만나야 한다. 6개월 이상 수감됐던 사람이 출소하면 10일 이내에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 공무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유형 중 하나가 생계가 어려운데도 부양자 등 자격 요건 미비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안 되거나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이다. 이들은 때로는 술을 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업무의 복잡성 여부는 놔두더라도 개별 민원을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몇 년 전 공무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힐링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예산문제로 불발됐다.

업무량뿐 아니라 업무 강도도 최근 높아졌다. 과거 일선 복지 공무원들은 해당 지역에서 ‘쌀 나눠주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이들에게 소득과 재산조사 업무가 주어졌다.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 중 부정 수급자를 걸러내기 위한 차원이다. 또 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담업무 자체가 전문성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한 복지 공무원은 “막무가내로 복지 혜택을 달라는 사람도 겁나지만 간혹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을 대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복지정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례 관리’도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복지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된 사례를 꾸준히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장시간 면담과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엄청나게 무거운 부담이다.

최근 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시행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설명회에서는 이 같은 일선 공무원들의 하소연이 터져나왔다. 최저생계비 이하라는 단일 기준으로 돼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내년부터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으로 쪼개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설명을 들은 후 한 복지직 공무원은 “그 정책 때문에 복지부는 제 할 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죽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혜택이 줄어들 사람을 상대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얘기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