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은 원래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숲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자나무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마구 베어냈다. 결국 그들은 숲 전체를 베어냈고, 그 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식인 풍습이 전염병처럼 번졌고 섬 주민의 90%가 죽음을 맞으며 사회는 붕괴했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는 사회·예술·과학계 지식인 25명의 글을 엮은 《컬처 쇼크》에 실린 ‘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글에서 ‘이스터 섬의 비극’을 예로 든다. 그는 이 같은 사례를 분석하고 재앙을 불러오는 집단의사 결정의 네 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현대 사회에 경고하기 위해서다. 다이아몬드 교수 외에도 책에는 환경론자이며 미래학자인 스튜어트 브랜드의 ‘우리는 신으로 존재하므로 그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제목의 환경론 등 각 분야 지식을 아우르는 글들이 실려 있다.

이 과감한 지적 모색이 가능한 것은 ‘에지재단’ 덕분이다. 편집자 겸 출판사 대표로 ‘지식의 전도사’로 불리는 존 브록만이 설립했다.《컬처 쇼크》는 각계의 학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이 재단의 대표적인 글을 모은 ‘베스트 오브 에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곱씹어볼 만한 글들도 눈에 띈다. 디지털 세계 연구의 선구자인 재런 래니어는 ‘디지털 마오이즘:새로운 온라인 집단주의의 위험성’에서 인터넷에 퍼진 집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집단이 항상 옳다는 생각의 부활이다. 역사적으로 경험했듯, 극우나 극좌 세력이 이런 생각을 강요할 때마다 끔찍한 결과가 초래됐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