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 작년 말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과장 연비' 시정권고를 받은데 이어 이번엔 미 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하게 됐다. 리콜 대상이 국내 차종까지 포함되면서 제품 신뢰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3일 주요 차종의 브레이크등 스위치 등 전자장치 결함으로 미국에서 190만 대, 국내 16만 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주력 모델 상당수가 포함됐다. 현대차의 쏘나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싼타페, 기아차의 옵티마(국내명 K5) 쏘렌토 쏘울 등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명 사고가 발생한 제작 결함은 아니다" 면서 "사고 가능성이 있어 위험 예방 차원에서 자발적 리콜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연비 오류 사태에 이어 대량 리콜이 연이어 터지면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 미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리콜 대수가 세계 각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리콜로 인한 판매 악영향은 과거 도요타 리콜 만큼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리콜을 감추려다 늑장 대응으로 화를 키웠으나 현대차는 자발적 리콜로 즉각 조치에 나섰기 때문.

하지만 엔저로 최근 일본차 공세가 거세진 데다 노조의 특근거부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문제 등을 빠른 시일 내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이번 리콜을 기회로 사전 품질 확보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며 "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브랜드 신뢰를 높이는 과정에서 연이은 실수가 나온 것이어서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