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B2B(기업간 거래) 기업과 일반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세일즈 방식에 있다. 성공한 기업은 ‘상품 전달’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안한다. ‘고객가치’ 마케팅에 무게를 둔다. B2B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경영자는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현장에서는 “세일즈가 중요하지 마케팅은 필요 없다”며 이율배반적인 말을 한다.

성공한 B2B 기업들이 제안한 고객가치는 무엇일까. 마케팅은 B2B산업에서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론적 구호에 불과한 것일까. 이런 괴리는 B2B기업의 활동과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기업은 ‘고객가치 정의’에서 출발, ‘가치창출(value creation)’ ‘가치전달(value delivery)’ ‘가치교환(value exchange)’ 활동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세 가지 기본 활동을 분화시켜 전문화하고 있다.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역할은 주로 기획부서에서 맡는데, 문제는 그 활동들이 고객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코닥은 내부적 관점으로 가치를 판단하다 사업 기회를 놓친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가치 창출은 마케팅에서 시작

B2B 고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품질, 가격, 서비스 등 다양하다. 이런 세부 활동들은 결국 고객에 대한 ‘맞춤화(customization)’로 귀결된다. 맞춤화를 못하는 기업은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판매가 쉽지 않다.

맞춤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고객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객사의 매출계획과 생산계획, 구매계획 등의 기본 정보가 필요하다. 고객 회사가 기업활동을 하면서 겪는 고민과 문제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 B2C(소비자 판매가 중심) 기업은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시장조사 대행 회사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B2B 기업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B2B 기업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객사의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 회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이슈를 파악할 수 있는 창구는 영업사원이다. 성공한 B2B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영업사원을 통해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고객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거나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 아닌 쓰임새”라고 말했다. 드러커의 말대로 B2B 기업의 세일즈맨들은 제품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치를 재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B2B 기업이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핵심 과제는 세일즈맨들을 마케터로 육성하는 것이다.

고객가치의 출발점은 고객의 고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고객이 그들의 고객(고객사의 고객)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경쟁자들과 어떤 방법으로 경쟁 및 협력하고 있으며, 내부활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시장분석 프레임의 변화 필요

화학기업 듀폰이 세계적 회사로 발돋움하는 데는 그들이 가진 문화와 기술력 못지않게 전략적 접근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포장용기의 원료를 생산하던 듀폰은 고객사인 포장용기 생산 회사를 조사하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용기 선택에 있어 맛과 신선도 유지를 중요시하고 있었다. 듀폰은 이를 토대로 맛과 신선도 유지에 탁월한 성능을 지닌 용기 원료를 개발, 보급했다.

B2B 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제품만으로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거나 판매해 더 높은 이익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B2B 마케팅의 기본 프레임을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B2B 마케팅에서 기업들이 가져야 하는 기본 프레임의 핵심은 ‘고객의 성공’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성공이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바스프(BASF)사는 ‘고객사의 성공 지원’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화 제조업체인 아디다스와 제품 개발을 위한 협력을 했다.

바스프는 스포츠화 시장에서의 니즈를 발견, 폴리우레탄 탄성체 수지를 개발했다. 3차원 쿠션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A3’ 운동화에 이상적인 제품이었다. A3 구조는 발이 처음 땅에 닿을 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해주고, 발을 최적으로 받쳐줬으며, 가속을 강화해줬다. 2001년에는 A3 기술을 적용한 운동화가 처음 출시됐고 이후에도 협력을 지속, 2004년에는 ‘울트라라이드’ 운동화가 미국과 유럽에서 히트했다. 바스프와 아디다스 마케팅부서의 협력 성과였다.

많은 B2B 기업이 매출 둔화와 낮은 이익률 극복을 위해 내적으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외적으로는 영업사원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고객의 이탈, 신규시장 발굴의 어려움, 판매 부진과 그에 따른 생산성 감소 등의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B2B 공급사는 기술과 품질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B2B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

B2B마케팅 온·오프라인 교육문의=한경아카데미 (02)360-4043

전동균 <SP마케팅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