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통령, 정치 지도자들과 회동…"모든 수단 동원해 주권 수호"

볼리비아 정부가 '태평양 출구' 확보 문제와 관련, 협상을 거부하는 칠레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일(현지시간) EFE 통신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볼리비아 정부는 '태평양 출구' 협상을 거부하는 칠레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태평양 출구' 논란을 오는 11월 시행되는 칠레의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에서 보수우파 세력 결집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벤 사베드라 볼리비아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피녜라 대통령은 볼리비아의 합법적인 요구를 거부한 채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전날 주요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고 나서 "볼리비아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위협에 맞서 주권 수호 의지를 분명히한다"고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어 "칠레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라면서 "세계의 모든 국가, 특히 인접국들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시사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년 집권)도 볼리비아와 '영토 교환' 협상에 나설 뜻을 밝힌 적이 있다"면서 "합법적·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제의도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피녜라 대통령에 비난을 퍼부었다.

볼리비아는 페루와 연합군을 이뤄 1879년부터 1883년까지 칠레와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했다.

볼리비아는 12만㎢의 영토와 400㎞의 태평양 연안을 상실했다.

페루는 3만5천㎢ 넓이의 태평양 해역 관할권을 칠레에 넘겼다.

볼리비아와 칠레는 1904년 '평화와 우호 협정'을 체결했으나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양국의 공식 외교관계는 1962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1975∼1978년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이후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2006∼2011년에도 협상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편 페루와 칠레는 1952년과 1954년 '해상 경계선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칠레는 이 조약으로 해상 국경선이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루는 단순히 어업권을 다룬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2008년 칠레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