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의 덫에 걸린 600명에 가까운 서민들이 600여억원의 돈을 날릴 형편에 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고수익을 미끼로 600억원대의 투자금을 모아 가로챈 혐의로 창업투자사 W사 대표 오모씨(50)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모씨(42) 등 임직원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오씨 등은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에 사무실을 차린 뒤 “오리온 ‘초코파이’를 베트남 현지에서 판매하는 사업과 수산물 유통사업, 골프장 운영사업 등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과 함께 배당금 및 투자 유치 수당을 주겠다”고 속여 597명의 투자자로부터 2584회에 걸쳐 총 613억원을 모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은 허가받지 않은 업체를 차려놓고 확정수익률을 제시하며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씨 등은 ‘투자금 납입 15일 뒤 10%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투자 유치액의 5~8%에 해당하는 유치 수당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하지만 실제 사업 내용은 모두 ‘명목’에 불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처로 소개한 수산물 유통업체와 골프장 운영회사, 베트남 현지 초코파이 유통업체 등은 모두 해당 수익사업을 한 적이 업거나,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였다. 오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W사를 이들 업체의 모회사라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면서, ‘W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로 투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주겠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지만, W사 역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앞서 투자한 이들에게는 다음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수익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사업이 정상적인 수익을 내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면서 투자금 중 100억여원을 빼돌려 챙겼다. 특히 오씨는 빼돌린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리스하는 데 쓰거나 개인 주식투자에 사용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한 사람당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42억원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대부분 고수익이라는 말에 솔깃해 돈을 굴려보려던 주부나 노인들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사기 사실을 알려주는데도 “그럴 리 없다”며 믿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