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만들겠다" 대외 협박
북한이 2일 영변의 5㎿급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북핵문제와 관련한 ‘2·13합의’와 ‘10·3합의’가 전면 파기 위기를 맞았다. 20년간 이어온 북핵협상의 성과가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이날 북한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현존 핵시설들이 용도를 병진노선에 맞게 조절 변경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7년 6자회담에서 이뤄진 2·13합의, 10·3 합의 파기를 의미한다.

이날 발표는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체제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문화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영변 5㎿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겠다는 이날 발표는 핵무장을 위한 행동이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영변의 5㎿급 흑연감속로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설이다.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면 북한은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2·13합의 등에 따라 5㎿급 원자로와 핵재처리시설, 핵연료공장 등에 대한 폐쇄 및 봉인조치를 취했다.

이후 6자회담이 진전되지 않고 주변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북한은 2007년 9월 영변 재처리시설에 대한 봉인과 감시장비를 제거했다. 이듬해 11월에는 8000개의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북한이 영변의 5㎿급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데는 6개월~1년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한 정부 당국자는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 수호가 중국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 방침에 유감을 표명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