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 앞서 서울광장서 발인제…추모객 500여명 발길 이어져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 반대투쟁에 앞장서다 숨진 채 발견된 장준하 선생의 유해가 30일 경기도 파주시 장준하공원에 안장됐다.

장준하 선생 겨레장 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파주시 장준하 공원에서 안장식을 했다.

'나의 사랑하는 동지 장준하여!'로 추도사를 시작한 이윤장(92) 애국지사는 "38년 전 장준하 동지는 떠났지만 우리는 아직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다"며 "꿈에도 소원이었던 통일을 더 뒷걸음질치게 해 동지에게 죄를 지었다"고 울먹였다.

안장식에 참석한 이인재 파주시장은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으니 선생이 편히 영면하시길 바란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장준하 선생의 추모행사를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는 헌화를 마치고 유해를 안장했다.

안장에 앞서 미망인 김희숙 여사와 장남 장호권 씨 등 유족과 위원회 관계자들이 "장준하 선생님 편히 쉬소서"라고 크게 외쳤다.

위원회는 안장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서울광장에서 발인제를 개최했다.

발인제에는 유족을 비롯해 이부영·노회찬 전 의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신인령 전 이대총장,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 사회인사와 시민 약 1천500여명이 참석했다.

안충석 신부는 추모 예식에서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며 조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선생이 영면할 수 있도록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오늘 발인을 통해 정치·경제 민주화의 약속을 다짐하고 이 실천 행렬을 봉헌한다"고 말했다.

500여명의 추모객들은 발인제를 마치고 대형 태극기와 100여개의 만장깃발을 따라 서울광장에서 서대문형무소까지 추모 행진을 했다.

장 선생의 영정은 장 선생의 손자 장현욱(33)씨가 들었다.

장 선생은 1975년 8월 17일 경기 포천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실족사'라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왔으나 사인 논란이 계속되다 지난해 8월 묘소 석축이 무너져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골이 처음 공개되면서 또 다시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장준하기념사업회는 이후 장준하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이정빈 서울대 법의학 명예교수팀에 유골 정밀감식을 의뢰, 지난 26일 "장 선생이 머리 가격에 의해 숨진 뒤 추락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파주연합뉴스) 민경락 임병식 기자 rock@yna.co.krandphoto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