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웬일로 순순히 물러선다 했더니 속셈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15년까지 관세 등 무역장벽을 철폐하기 위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중요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마리로, 밑바닥에 깔린 두 가지 방해 요소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 번째는 무역 거래가 일본 농부들에게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 평가에 따르면 (TPP 가입 후) 첫 10년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총 0.66% 확대되는 것에 비해 농업 생산물 가격은 대략 40% 떨어질 수 있다.

농부들이 쌀에 대한 778%의 수입관세와 유제품에 대한 360% 관세 등을 방어하기 위해 들고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 관세는 비효율적인 농업을 보호한다. 일본 논의 60%는 축구장 크기의 절반보다 작고, 8% 정도만 1헥타르(ha)보다 크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15ha 규모의 대지에서 재배하는 쌀은 0.5ha에서 경작하는 쌀에 비해 비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구구조 변화는 수입품에 의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효율성을 강요할 수 있다. 대다수 일본 농부들은 나이가 지긋한 평균 66세의 시간제 근무자들이다. 그들의 농지를 떠안을 젊은 농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농지는 합쳐지고, 보다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유일한 문제는 일본 소비자들이 그동안 쌀과 버터, 밀을 더 소비할 것이냐다. 아베는 승산 있는 논쟁이라고 확신한다. 여론조사도 그의 TPP 협상 참여를 지지한다.

또 다른 방해 요소는 미국 자동차 제조회사의 반대에 관련된 것이다. 미국이 일본산 승용차와 픽업트럭에 부과하는 2.5%, 25%의 관세가 무역의 주요 장벽으로 각각 남아 있다. TPP가 그들의 보호막을 제거할 수 있다는 데 위협을 느끼는 워싱턴 정가는 일본의 TPP 진입을 반대한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등하다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은 수십년간 모든 종류의 보호주의를 피하는 데 능숙하다. 혼다와 도요타 같은 일본 회사가 미국 남부에 세운 공장들을 보라. 일본의 모든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이 있는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을 단일 시장으로 통합한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미국 시장 진입의 우선권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자동차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일본 내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다. 일본 회사들이 갈수록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어, 일본 제조업체의 고용은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쟁력이 취약해진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일본의 노동연령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육체노동을 기꺼이 하려는 노동자들의 비율 또한 떨어지고 있다. 아베는 미국의 자동차 보호무역주의를 피하며 일하는 시야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방해 요소들을 생략하고 보면, 지금 상황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광범위하고 수준 높은 무역 협정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제거할 뿐 아니라, 투자를 부추길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보호와 정부조달과 같은 사안에 태클을 걸 것이다. 보유자금이 풍부하고, 일본과 달리 성장하는 국가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배회하는 일본 회사들은 말레이시아나 멕시코 같은 TPP 참가국에서 엄청난 잠재성을 본다.

핵심은 결국 천연가스다. 일본이 TPP에 가입한다는 첫 관측이 나온 2010년 이후 최근 아베의 발표 사이에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01년 3월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의 재앙은 일본 전체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로 이어졌다. 그때 이후 일본은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해왔다.

가격은 싸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위해 100만BTU(열량단위)당 16.70달러가량을 지불했다.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 현지 가격의 약 7배다. 일본은 미국 셰일가스 혁명에 거의 영향받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는 LNG를 수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는 TPP에 참여하는 것이 미국 가스의 마개를 열 것이라고 확실히 기대한다.

만약 일본에서 TPP에 대한 농업부문의 강한 반대가 잘못된 것이라면, 미국에서의 산업적인 반대의 근거 역시 잘못된 것일 수 있지 않을까. 최근의 증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반대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비록 마지못한 것이지만, 디트로이트는 결국 일본이 제기하는 비관세 무역 장벽과 비슷한 쟁점을 다룬 한·미 FTA를 묵인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이 주시하는 위협은 LNG 수출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유심히 지켜봐야 할 관계자들은 어떤 LNG 수출도 반대하는 시에라 클럽(미국의 자연환경 보호단체)과 같은 오바마의 좌파 기반의 환경운동가들과 미국의 가스 가격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수출을 반대하는, 다우케미컬 등이 주도하는 AEA(미국 제조업 단체)그룹 등이다. 일본이 미국에 팔기 원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수십년간 강박관념을 가진 이후, 다음의 무역 난제가 일본이 구매하기를 바라는 어떤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조지프 스텐버그 <비즈니스아시아칼럼 편집장>

정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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