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록음악에 웃음코드…남성 2인 뮤지컬 '女心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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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스 유' '마마 돈크라이' 나란히 공연
첨단 무대연출로 차별화 시도
마니아층만 몰려 대중화 한계
첨단 무대연출로 차별화 시도
마니아층만 몰려 대중화 한계
최근 젊은 남자 배우들을 내세운 2인극이 국내 공연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들을 끌어들이며 소극장 연극·뮤지컬계의 흥행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공연을 여러 차례 보는 마니아들을 만들어내고, 열성적인 팬층을 뜻하는 ‘팬덤’을 거느린 스타 배우들의 산실이 되기도 한다. 동성애와 유괴 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룬 뮤지컬 ‘쓰릴 미’가 대표작이다. 2007년 류정한 김무열 등이 출연한 국내 초연이 크게 성공한 이후 재공연할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양혜영 CJ E&M 마케팅팀장은 “남성 2인극은 여성 관객들이 남자 배우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장르”라며 “남자 배우들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에너지와 각자의 차별화된 매력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작품일수록 관객들의 만족도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창작 뮤지컬 ‘트레이스 유’(내달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와 ‘마마 돈크라이’(5월26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는 남성 2인극의 이런 최신 트렌드와 흥행 요소를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다. ‘여심’을 자극하는 흥행 요소를 극대화했다.
‘트레이스 유’는 홍대앞 록클럽 ‘드바이’에 사는 로커의 자아 분열적인 모습과 어두운 내면세계를 따라가는 미스터리 심리극이다. ‘마마 돈크라이’는 사랑에 서투르고 나약한 심성을 가진 천재 물리학자가 드라큘라 백작의 치명적인 유혹에 사로잡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두 작품은 소재와 주제가 다르지만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우선 작곡가(박정아)가 같다. 주로 쓰이는 음악 장르가 록이고 라이브 밴드가 등장해 생동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 단순한 멜로디가 자주 반복되는 중독성 강한 음악이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다층적이면서 강렬하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인상적인 열연을 펼친다. 극단적인 감정 변화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과 이중성을 깊이 있게 표출하면서도 간간이 섞여 있는 유머 코드도 소화한다. ‘나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한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커튼콜 무대도 비슷하다. 배우들은 객석을 누비며 앙코르 곡을 부른다. ‘트레이스 유’는 강도가 훨씬 세다. 관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우고 대여섯 곡이나 부르며 방방 뛴다. 물론 객석 대부분을 차지한 여성 관객의 열렬한 환호가 있어 가능한 서비스다. 하지만 직전까지 내적 갈등으로 절규하고 울부짖던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리면 살짝 배신감도 든다.
두 작품은 실험적인 구성과 첨단 무대 연출 등에서 기존 남성 2인극과 차별화된 측면이 있지만 관객이 마니아층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장르적 한계에 더욱 깊숙이 갇힌 느낌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