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를 받는 전 세계 국채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60% 넘게 줄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FT의 분석에 따르면 피치,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트리플A 등급을 받는 국채 규모는 2007년 11조 달러(약 1경 2천조 원)에서 현재 4조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미국이 2011년 8월 S&P로부터 트리플A 등급을 박탈당한 데다 영국과 프랑스가 재정 악화로 최고 등급을 잃어 트리플A 등급을 보유한 9개국(9-A클럽)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FT는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이 확대되는 등 투자 지형이 바뀌고 세계 신용등급의 지도가 다시 그려졌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신용등급은 하향조정된 반면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일련의 등급 상승이 이뤄졌다.

2007년 1월 이후 신용등급이 가장 크게 오른 국가는 우루과이와 볼리비아, 브라질이었다.

반면 경제위기가 강타한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은 등급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 조성된 불안감으로 지리경제학적 변화가 생기고 은행 시스템 및 공공재정 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또 트리플A 자산의 규모가 줄자 각국 중앙은행과 규제기관들이 자본시장에서의 담보 부족사태를 우려해 '안전한' 자산에 대한 정의를 재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부문 대표인 데이비드 라일리는 "5년 전만 해도 세계는 꽤 예측 가능했고, 금융위기는 전형적으로 신흥시장에서 발생했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는 많은 가설이 사라진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