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1.1%를 기록했다. 3년 만에 최저치다. GNI 중 개인 몫인 1인당 개인총처분가능소득(PGDI) 증가율도 3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1인당 GNI가 3년째 2만달러 초반대에 머물면서 한국 경제가 ‘2만달러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체감소득, 사실상 제자리걸음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2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1292억달러로 145억달러(1.3%) 증가했다. 여기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더한 뒤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GNI는 2만2708달러로 257달러(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 13번째에 해당한다.

1인당 GNI 증가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10년 전년 대비 20.7%에서 2011년 9.2%로 떨어진 뒤 지난해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데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7%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7년 처음으로 1인당 GNI가 2만달러를 넘어선 뒤 6년 동안 2만30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같은 증가 속도는 선진 23개국의 경우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평균 8년 정도 걸린 점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느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이 올해 처음 공표한 1인당 PGDI도 1만3150달러로 소폭 증가에 머물렀다. 2010년 17.3% 증가에서 2011년 9.4%, 지난해엔 1.9%로 낮아졌다. 1인당 PGDI는 개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으로 개인 소득에서 세금 국민연금 등을 빼고 보조금 등을 합산해 구한다.

◆가계소득 증가율, 기업에 못 미쳐

개인과 기업, 정부의 소득이 포함된 1인당 GNI에서 1인당 PGDI가 차지하는 비중은 3년째 57%대에 머물고 있다. 2000년 63.6%였던 이 비중은 2006년 60.0%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57.9%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평균(한국 제외)인 62.3%보다 크게 낮으며 25개국 중 20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은 75.3%이며 프랑스(67.1%) 독일(66.3%) 일본(63.0%) 등은 평균을 크게 웃돈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경제 성장의 과실이 개인에게 제대로 배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GNI가 늘어도 국민 개개인은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월 한은이 내놓은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을 보면 1991~2011년 GNI가 연평균 9.3% 증가하는 동안 가계소득 증가율은 8.5%에 그친 반면 기업소득 증가율은 11.4%에 달했다. 지난해 근로자 임금을 기업 영업이익과 임금의 합계로 나눈 노동소득분배율도 59.7%에 머물렀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61.1%였다. 기업이 버는 돈에서 근로자 몫이 줄었다는 의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개인 소득 증가세 둔화는 소비 여력 위축과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GDP 증가율은 1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2.0%로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민간소비가 둔화하고 건설 및 설비투자가 부진을 보인 탓이다. 주요 20개국 중 GDP를 공표한 18개국 가운데선 9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서정환/김주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