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의 어원은 확실치 않다. 마술이나 점에 사용되던 딱따구리의 라틴어 학명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주문(呪文)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고도 전해진다.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불가사의하고 주술적인 것들과 연관된 단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주로 불길한 전조나 징후를 뜻하는 말로 쓰여왔지만 좋은 일을 예고하는 조짐에도 징크스라는 표현은 종종 사용된다.

징크스가 가장 많은 동네는 스포츠다. 그중에서도 유독 프로야구에는 징크스가 넘친다.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1920년 전설적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후 2002년까지 82년간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소위 ‘밤비노의 저주’가 대표적이다.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은 팀이 연승을 하는 중에는 면도를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홈런 쳤을 때 입었던 유니폼을 밤 사이 빨아 이튿날 다시 입는다. 투수들은 마운드에 오를 때 내야 라인을 밟지 않는다는 징크스도 있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신인이 다음 해에는 영 성적을 못 내는 소위 ‘2년차 징크스’도 자주 인용된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자신의 징크스를 소개했다. 그는 “많은 선수가 스케이트를 오른쪽부터 신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도 그렇게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때 몸을 풀러 링크에 들어갔더니 빙판에 피가 묻어 있었다며 “피를 보면 운이 좋다는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우승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미국 LPGA에서 활약 중인 프로골퍼 김인경 선수가 쇼트퍼팅 징크스에 또 발목이 잡혔다고 한다. KIA클래식 마지막날 18번홀에서 1m 거리의 파 퍼팅에 성공하지 못해 연장전을 허용했고 결국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김인경은 지난해 4월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18번 홀에서 30㎝ 파 퍼트를 실패, 연장전에서 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징크스가 과연 있는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골프처럼 멘탈이 중요한 스포츠에서는 어느 정도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부정적 기억을 떠올리는 상황이 재연되면 극도로 긴장해 게임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는 식의 머피의 법칙처럼 징크스 역시 단순히 선택적 기억의 결과인 경우도 많다. “내가 중계방송만 보면 꼭 진다”는 얘기가 그런 예다. 큰 기대를 하고 밤잠 설치며 봤는데 졌을 때는 아쉬움이 길게 남아 선택적으로 기억되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록과 징크스는 깨지라고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김인경 선수가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를 바란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