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던 헬스·뷰티용품 전문점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는 수익성이 악화됐고, 후발주자들도 출점을 미루고 있다. 헬스·뷰티 전문점은 화장품, 의약품, 잡화 등을 판매하는 복합 점포다.

○GS왓슨스 적자 전환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은 3075억원으로 전년(2119억원)보다 45.1%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한 해 전(60억2800만원)보다 71.4% 줄어든 17억2300만원에 그쳤다. 2011년 4억여원의 순이익을 냈던 GS왓슨스는 지난해 26억5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해 118개 신규 점포를 내면서 투자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점포가 안정화되면 순이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대형 유통업체들이 헬스·뷰티용품 전문점 시장에 뛰어들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갈수록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돼가고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작년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이 규제에 묶이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헬스·뷰티용품 전문점으로 발을 넓히기 시작했지만, 이들 후발주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난해 8월 ‘분스’라는 브랜드로 이 시장에 뛰어든 이마트는 서울 명동 1호점의 적자가 지속되는 등 수익성이 불투명해지자 최근 추가 출점계획과 중·장기 사업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

롯데도 ‘롯데H&B’라는 이름으로 당초 이달 말께 시장 진출을 준비했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자 출점 시기를 5월로 늦췄다. ‘디셈버24’를 운영하던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시장 진출 5개월 만인 지난 1월 말 사업을 접었다.

헬스·뷰티 전문점은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규제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부담이다.


○CJ올리브영 독주

경쟁자들이 주춤한 사이 CJ올리브영만 수익성 악화에도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점포 수가 270개였던 CJ올리브영은 올 들어 26개 점포를 추가해 300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상반기 안으로 중국 상하이에 해외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헬스·뷰티용품 전문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지에 점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과 임대료가 많이 든다”며 “매장 수가 150~200개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CJ올리브영이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고 할인판매 등을 강화하면서 나머지 업체들의 사업 확대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헬스·뷰티용품 전문점 시장 규모는 2008년 1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