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조원 대 34조원’

지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반도체사업부의 매출 차이다. 영업이익 격차는 19조원 대 4조원이다. 야구로 치면 콜드게임 스코어다. 두 사업부의 협력업체 실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는 지난달 뽑은 ‘글로벌 강소기업’ 성적표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리라 생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결과는 1 대 10. 반도체사업부의 압승이었다.

무선사업부의 협력사 중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는 부전전자가 유일했다. 프린팅솔루션사업부와 동률로 2개 강소기업을 배출한 TV사업 부문에도 못 미쳤다.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무선사업부의 10% 정도인 2조원대다.

강소기업 성적표만 보자면 삼성전자 내 서열은 반도체>TV>휴대폰=프린터다.

왜 그럴까.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은 “글로벌 1등 효과”라고 했다. ‘세계 1위에 오른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나’가 강소기업 운명을 갈랐다는 얘기다. 최 부사장 말대로라면 1993년부터 20년째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삼성 메모리반도체사업부가 강소기업 우승을 싹쓸이하는 건 ‘사필귀정’이었다. 2006년부터 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V사업이 그 뒤를 이은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이에 비해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우승 역사는 2년에 불과하다. 휴대폰 사업이 삼성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어도 강소기업 선수권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공교롭게도 반도체사업과 휴대폰사업의 우승 횟수는 강소기업 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20년째 세계를 제패한 반도체사업부의 강소기업 수는 10개. 2년 연속 세계 1위인 무선사업부의 강소기업 수는 10분의 1 수준인 1개다.

삼성전자는 14개 글로벌 강소기업을 선정하면서 ‘협력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은 거래 대기업의 세계 1위 역사에 비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최 부사장은 이를 ‘신(新) 낙수효과’라고 표현했다.

최 부사장은 “대기업이 잘되면 협력업체의 고용과 투자를 늘린다는 게 일반적인 낙수효과의 의미라면 대기업이 글로벌 1위를 오래하면 오래할수록 세계 1등 협력사를 더 많이 키운다는 것도 새로운 낙수효과로 얘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