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출신인 신경숙 작가는 열여섯 살에 공장 일을 하면서도 야학으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신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란 베스트셀러를 내는 등 세계적인 소설가로 우뚝 선 것은 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입니다.”

2007년 미국 하버드대 37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이 된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66)이 신 작가를 예로 들며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2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여성 교육, 세상을 변화시키다’라는 주제의 강연에서다. 그는 “여성 교육은 그 자체로 공정한 것이며, 현명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작가는 1982년 서울예술대에 입학해 1984년 졸업하기까지 2년 동안 오로지 책 읽고 글쓰기에만 전념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등단해 잇달아 역작을 발표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교육의 공정함을 설명하면서 근대 한국에서 공부 기회를 갖고 싶어했던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19세기 한국의 여학생들은 병풍 뒤에 숨어 남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엿들으며 공부할 수밖에 없었지만 용감하고 호기심 많은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도 과거엔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20세기 중반까지 하버드대는 여학생의 도서관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성과 차별받으며 공부했지만 이를 극복한 여러 여성을 언급하며 “여성에게 교육을 하는 것만큼 현명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학이나 과학에서 세계 1위의 성적을 갖고 있지만 흥미도는 꼴찌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며 “단순히 더 좋은 성적이나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면 배움의 목적과 정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학생들에게도 조언했다. 그는 취업을 걱정하는 대학생들에게 “청년실업은 미국과 한국 모두 크게 걱정하는 점이지만, 자신의 길을 너무 좁게 보면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자신도 하버드대 총장이 될 것을 학생 때는 몰랐듯이 특정한 길만 따라가지 말고 열리는 대로 따라간다면 예상치 못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여자가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는 중국 속담을 설명하면서 강연을 끝냈다. “이 속담은 여권신장의 구호로도 쓰이지만, 여성 교육은 절반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넓은 하늘을 보여줄 수 있어야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