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급 5번째 낙마…靑 '검증 시스템'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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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결국 사퇴
靑 인사위원회 '구멍'
대통령의 나홀로 인선도 일각서 '근본 원인' 제기
先검증 후 임명 등 필요…책임론 불구 인책 안할듯
靑 인사위원회 '구멍'
대통령의 나홀로 인선도 일각서 '근본 원인' 제기
先검증 후 임명 등 필요…책임론 불구 인책 안할듯
지난 2월13일 지명된 이후 쏟아진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한 달 넘게 버티던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형식은 자진 사퇴였지만 사실상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임명 철회’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내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전날부터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오늘내일 뭔가 나올 분위기”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 이상 놔두면 국정을 정상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고 임명권자가 판단한 것”이라며 “미얀마 자원개발업체인 KMDC 주식 보유 관련 의혹을 둘러싼 말 바꾸기가 방향을 튼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명권자의 시그널이 본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은 이날 아침 전달됐고 김 내정자는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청와대 인선검증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인선검증 부실에 따른 낙마 사례는 박근혜 정부 들어 벌써 다섯 번째다.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부동산 투기 등 잇단 의혹을 못 이기고 1월 말 사퇴한 데 이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연달아 사퇴했다. 청와대 비서진 인선 과정에서는 1급 비서관 5개 자리가 내정된 뒤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인선 과정은 물론 검증 시스템 자체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각 인선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인사위원회(위원장 허태열 비서실장)가 제 역할을 못해 이런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위원회는 허 실장을 비롯해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 홍보수석 등이 참여해 1차 후보 추천과 검증작업을 벌이는데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황 내정자가 주식백지신탁(공직자로 임명되면 일정 금액 이상의 보유 주식을 신탁해 처분해야 하는 것) 문제로 낙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사위원회에서조차 실무진 극소수를 제외하곤 주식백지신탁의 의미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의혹에 휘말려 그만둔 김 전 차관은 정무라인에서 검증 작업을 진행했으나 검증 당시부터 제기된 관련 의혹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보고받고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선’이 잇단 낙마를 부른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조차 이런 주장들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과거 기록한 수첩에 의존해 사람을 고르는 인선 스타일을 고집하는 게 문제”라며 “초기 후보를 정하는 인선 과정에서부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도 “대통령이 공식 인선 절차를 무시하고 사람을 찍어 내려보내면 실무진이 모든 문제를 샅샅이 뒤져 검증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인사위원회에서 여러 후보를 대상으로 검증을 벌인 뒤 올리면 대통령이 적임자를 고르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붕괴됐다며 민정수석 등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 불안하고 열악한 조건을 대통령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만큼 책임을 누구에게 묻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
청와대 내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전날부터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오늘내일 뭔가 나올 분위기”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 이상 놔두면 국정을 정상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고 임명권자가 판단한 것”이라며 “미얀마 자원개발업체인 KMDC 주식 보유 관련 의혹을 둘러싼 말 바꾸기가 방향을 튼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명권자의 시그널이 본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은 이날 아침 전달됐고 김 내정자는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청와대 인선검증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인선검증 부실에 따른 낙마 사례는 박근혜 정부 들어 벌써 다섯 번째다.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부동산 투기 등 잇단 의혹을 못 이기고 1월 말 사퇴한 데 이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연달아 사퇴했다. 청와대 비서진 인선 과정에서는 1급 비서관 5개 자리가 내정된 뒤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인선 과정은 물론 검증 시스템 자체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각 인선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인사위원회(위원장 허태열 비서실장)가 제 역할을 못해 이런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위원회는 허 실장을 비롯해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 홍보수석 등이 참여해 1차 후보 추천과 검증작업을 벌이는데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황 내정자가 주식백지신탁(공직자로 임명되면 일정 금액 이상의 보유 주식을 신탁해 처분해야 하는 것) 문제로 낙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사위원회에서조차 실무진 극소수를 제외하곤 주식백지신탁의 의미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의혹에 휘말려 그만둔 김 전 차관은 정무라인에서 검증 작업을 진행했으나 검증 당시부터 제기된 관련 의혹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보고받고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선’이 잇단 낙마를 부른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조차 이런 주장들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과거 기록한 수첩에 의존해 사람을 고르는 인선 스타일을 고집하는 게 문제”라며 “초기 후보를 정하는 인선 과정에서부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도 “대통령이 공식 인선 절차를 무시하고 사람을 찍어 내려보내면 실무진이 모든 문제를 샅샅이 뒤져 검증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인사위원회에서 여러 후보를 대상으로 검증을 벌인 뒤 올리면 대통령이 적임자를 고르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붕괴됐다며 민정수석 등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 불안하고 열악한 조건을 대통령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만큼 책임을 누구에게 묻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