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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힘겨루기"…표 대결에 주총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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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총회는 주주들에게 지난해 성과를 인정받고 새해 기업 전력을 다듬는 중요한 자리다. 회사의 항로를 좌우하는 사내이사를 선임하거나 기업 내 법률인 정관을 다듬어 미래에 닥칠 풍파에 대비하기도 한다.

    동시에 주주총회는 알력다툼의 장이다. 상정된 안건이 표 대결로 갈 경우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규모가 명확해진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먹으려는 자'와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힘싸움이 치열했다.

    ◆경영권 분쟁 가열…일부 주총 파행 치달아

    22일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는 현대그룹과 범현대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재연됐으나 현대그룹의 승리로 끝났다.

    현대상선의 정관 변경안에 대해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현대상선이 내놓은 정관 변경안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거의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정관이 변경되면 여차 싶을 때 우호 세력에게 대량의 지분을 넘겨줄 수 있게 된다.

    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가져간다면 현대그룹 전체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경영권 취득 기회를 노려왔다.

    현대중공업은 "우선주를 주주 외의 제3자에게 발행하게 되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과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반대에 나섰으나 주주 투표 결과 찬성 67.35%, 기권·반대·무효 32.65%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불씨가 사그러든 것은 아니다.

    현대그룹은 주주총회 후에도 "이번 표결은 현대중공업 등이 아직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주장하는 등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같은날 대동공업 주주총회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일었지만 현 경영진이 자리를 사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현 경영진 사임을 요구하며 대동공업 소액주주연대와 함께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을 추천했지만 표 대결에서 밀렸다. 박 대표는 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1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주가 된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소액주주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이 가능해져 유리하다.

    분쟁을 넘어 주총 파행으로 치닫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4일 열린 KJ프리텍 주총에서는 회사 측과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대립했다. 이 전 부회장은 KJ프리텍의 최대주주지만 경영권은 획득하지 못한 상태다.

    이 전 부회장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수를 늘리고, 측근을 KJ프리텍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회사 측이 이 전 부회장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주총장은 폭력까지 난무했다.

    결국 KJ프리텍과 이 전부회장 측은 각자 주총을 개최, 사내 이사를 선임한 뒤 서로의 주총이 무효라며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투명한 경영 요구…개인투자자가 감사 선임 제안

    개인투자가가 경영 투명성 개선을 요구하며 감사 선임을 제안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특히 감사 선임의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사내이사보다 통과되기가 쉽다.

    개인투자자 이용범씨와 미국 투자회사 티턴캐피털파트너스는 각각 주주제안을 통해 금화피에스시 주주총회에서 3명의 감사 후보를 올렸다. 티턴캐피털은 금화피에스시 지분 약 9.97%, 이 씨는 3.04%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금화피에스시가 지분 42%를 보유한 계열사 엔에스컴퍼니와 퇴직임원 지원 등에 회사 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감사 선임을 요구했다.

    다만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표 부족으로 주주 제안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한국밸류자산운용(3%)과 페트라투자자문(3%), 신영자산운용(2% 가량) 등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도 이날 표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9일에 열리는 삼목에스폼 주주총회에서는 개인투자자 이성훈씨의 제안으로 감사가 교체될 지 주목된다.

    이 씨는 지난 1월 말 삼목에스폼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 감사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이 씨는 또 김준년 삼목에스폼 대표이사의 특별관계인인 에스폼의 의결권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 씨는 에스폼이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 의무를 고의로 위반해 의결권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와 함께 삼목에스폼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엄상렬 네비스탁 전략기획팀장은 "예전에는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되는 등 경영이 한계에 다달아서 주주운동이 일어났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주주운동을 벌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분 규모에 따라 의결권이 부여되는 방식이 일반주주에게 상당히 불리하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전문가는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갖는 것은 돈의 힘을 중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라며 "유럽의 경우 특정인의 지분이 일정 규모 이상 넘어가면 의결권에 제한을 받는데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인지·오정민·이하나·정혁현 기자 inj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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