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 현대그룹 또 충돌
현대상선이 증자를 위해 추진 중인 정관 변경안에 대해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22일 현대상선 주주 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놓고 양측의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중공업은 21일 ‘현대상선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우선주 발행한도를 대폭 늘리는 등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제9조 신주인수권 조항이 통과되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가능하게 돼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할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이사회가 정한 개인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증자를 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들에게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주주배정 증자와 차이가 크다.

현대중공업은 또 우선주의 발행 한도를 현재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대폭 확대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경영권에 욕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다른 주주들은 정관 변경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重 "우선주 발행 땐 주주가치 훼손"…현대상선 "대주주 책임보다 경영권에 욕심"

현대重 - 현대그룹 또 충돌
현대상선은 정관 변경을 통해 증자 한도를 늘리고, 방법도 쉽게 만들어 2000억~3000억원가량의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요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주총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현대상선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한 조항을 두 개 추가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긴급한 자금조달이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국내외 금융회사, 법인, 개인 등 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게 현대중공업 측이 반발하고 있는 정관 9조다. 사업상 중요한 기술의 도입, 연구·개발, 생산 또는 판매와 관련된 자본적 제휴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10조)도 마련했다.

현대상선 지분은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23.9%)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3.4%) 등이 27.3%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15.2%)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6.8%)과 함께 22%를 보유 중이다. 증자에 따른 지분율 변화와 경영권에 서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관 변경안이 주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주의 과반수가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반대하더라도 나머지 범 현대가와 다른 주주들의 참석률과 결정에 따라 표결 결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그룹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발전이나 대주주의 책임보다는 경영권에만 욕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해운업 불황에 대응하는 선제적 자금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2011년에도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3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했다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 현대가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 KCC 현대산업개발은 반대, 현대건설은 기권했다.

정관 변경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현대그룹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그룹이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만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998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현대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 명예회장의 6남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최대주주다. 재계 순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은 9위, 현대그룹은 28위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