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 현대그룹 또 충돌
현대중공업은 21일 ‘현대상선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우선주 발행한도를 대폭 늘리는 등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제9조 신주인수권 조항이 통과되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가능하게 돼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할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이사회가 정한 개인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증자를 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들에게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주주배정 증자와 차이가 크다.
현대중공업은 또 우선주의 발행 한도를 현재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대폭 확대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경영권에 욕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다른 주주들은 정관 변경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重 "우선주 발행 땐 주주가치 훼손"…현대상선 "대주주 책임보다 경영권에 욕심"
현대상선은 정관 변경을 통해 증자 한도를 늘리고, 방법도 쉽게 만들어 2000억~3000억원가량의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요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주총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현대상선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한 조항을 두 개 추가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긴급한 자금조달이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국내외 금융회사, 법인, 개인 등 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게 현대중공업 측이 반발하고 있는 정관 9조다. 사업상 중요한 기술의 도입, 연구·개발, 생산 또는 판매와 관련된 자본적 제휴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10조)도 마련했다.
현대상선 지분은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23.9%)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3.4%) 등이 27.3%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15.2%)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6.8%)과 함께 22%를 보유 중이다. 증자에 따른 지분율 변화와 경영권에 서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관 변경안이 주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체 주주의 과반수가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반대하더라도 나머지 범 현대가와 다른 주주들의 참석률과 결정에 따라 표결 결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그룹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발전이나 대주주의 책임보다는 경영권에만 욕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현대상선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해운업 불황에 대응하는 선제적 자금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2011년에도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3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했다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 현대가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 KCC 현대산업개발은 반대, 현대건설은 기권했다.
정관 변경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현대그룹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그룹이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만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998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현대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 명예회장의 6남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최대주주다. 재계 순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은 9위, 현대그룹은 28위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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