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D램 값이 뛰고 있다. 보름 만에 20%가량 올랐고, 지난 3개월간 추이를 보면 60% 가까이 급등했다.

D램 가격 상승은 수요보다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크다. 모바일의 부상으로 PC 인기가 쇠퇴하자 반도체 회사들이 PC용 메모리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엘피다의 파산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치킨게임’에서 과점 구도로 바뀌었다. 세계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램 값 상승세 사상 최고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18일 시장 주력 제품인 2기가비트(Gb) D램의 3월 전반기 고정거래가격을 1.28달러로 고시했다. 고정거래가는 반도체 제조업체가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장기간 대량 공급하는 가격을 말한다. 매달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다.

이달 전반기 고정거래가는 보름 전인 지난달 후반기(1.08달러) 대비 18.52% 올랐다. 2008년 1Gb D램이 처음 시장 주력제품으로 등장하며 본격적인 ‘기가 시대’가 열린 뒤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한 달 전인 2월 전반기에 비해선 30% 이상 올랐고, 3개월 전인 작년 12월 전반기보다는 58%나 치솟았다.

D램 값은 2011년 6월부터 하락하다 지난해 2월 이후 상승세를 탔다. 7월 이후 급락세를 보였지만 작년 말부터 재반등하고 있다.

D램과 함께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했다. 64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낸드의 3월 전반기 고정거래가는 5.34달러로 보름 전에 비해 6.8% 올랐다.

◆한물갔다는 D램 값 상승 왜?

2010년 이전만 해도 D램과 낸드 가격은 함께 움직였다. D램과 낸드가 같이 들어가는 PC가 정보기술(IT) 업계를 좌우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전성시대가 열린 2011년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메모리 반도체라는 공통점 때문에 두 제품 가격은 비슷한 추이를 보였지만 상승과 하락 주기는 조금씩 달랐다.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일 때 낸드 값은 나홀로 상승세를 띠기도 하고 최근처럼 D램 시장이 초강세일 때라도 낸드 시장은 미온적인 경우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계가 과점시장으로 바뀐 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작년 하반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회사들은 PC용 D램 생산을 줄이고 모바일 D램이나 낸드 생산을 늘렸다.

그 효과가 작년 말부터 나타나 PC용 D램 값은 공급 부족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군소 PC 생산업체들이 PC용 D램 주문을 늘려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 앞으로도 D램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PC용 D램 업체들이 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고 대만 군소업체들이 정리돼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구도로 재편됐다. 낸드플래시 업체도 삼성전자, 일본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사실상 4개밖에 없다.

홍성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고정거래가가 여전히 현물가격보다 낮아 당분간 추가 상승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메모리 가격 추이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해 과거처럼 메모리 가격이 장기간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르자 관련 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9% 이상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D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