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체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면서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닥칠 가능성이 커졌다.

신 후보자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기관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분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직접 압력을 가하지 않아도 알아서 용퇴해야 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직원들에게 “정부에서 유임이나 교체를 명확히 지시하기 전에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신 후보자가 “알아서 하라”는 뜻을 밝히면서 강 회장 등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7월에 임기를 마치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ISS 보고서 논란이 확대되면서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KB 메가뱅크 추진 가능성

신 후보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국민주를 빼고 다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금융회사의 덩치를 키워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메가뱅크론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확인했다.

‘국민주 방식을 제외하면 합병에 무게를 두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다만 외국자본에 의한 인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외국 금융지주회사 인수는 가능하지만 외국 사모펀드(PEF) 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 우리금융처럼 덩치가 큰 금융사를 인수할 만한 주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KB금융지주가 다시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산은, 기업은행 모델 추진될 듯

신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정책금융과 자본시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에 대해서는 “민영화에는 장단점이 있다”며 “금융이 실물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책 기능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산은금융그룹 관계자들이 ‘기업은행 모델’을 희망할 때 제시하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정부 지분을 모두 내다 팔면 정책금융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산은금융지주는 최근 기업은행처럼 일부 주식을 공개(IPO)하되, 정부가 대주주로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부 컨설팅 보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정책금융공사와 산은금융지주 산업은행 대우증권 등에 대한 지배구조를 생각해 보겠다”며 지금까지의 민영화 추진 구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사회보장 차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과 분리해서 설립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 후보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원 내부에 둘지, 외부에 둘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외환은행과 주식교환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금융은 신뢰”라며 “5년 독립경영이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충청은행 등 지방은행 설립에 관해서는 “검토하겠지만 어렵다”고 답했다.

국민행복기금에 대해서는 도덕적 해이나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시행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도덕적 해이 문제와 역차별 요소가 있지만 사회보장 차원에서 이해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