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몇 가지 여론조사는 우리가 불신 사회에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의 19%만이 대기업을 신뢰한다고 대답했고, 은행을 신뢰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26%였다. 같은 해 리더스다이제스트가 유럽을 조사한 결과 유럽인 4명 가운데 3명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루마니아의 정부 신뢰도는 6%에 불과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응답자 중 60%가 기업을 점점 믿지 않게 된다고 답했다.

조지타운대의 글로벌 마케팅 분야 교수인 로히트 바르가바의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는 현대사회가 신뢰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저자의 키워드는 바로 ‘호감’이다. 보다 인간적인 태도가 호감을 만들어내고, 호감은 사회를 더 이상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도 이끌어낸다는 얘기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은 쓰러져 가는 나라를 호감으로 일으켜 세운 예다. 1994년 종족 간 대학살이 일어난 후 르완다는 천연자원도 없고 미래의 희망도 없는 빈국이었다. 정권을 잡은 카가메는 외국을 방문해 여러 사람들과 친분을 맺으며 경제 발전을 고민했다. 코스트코의 최고경영자(CEO) 짐 시네갈과 친분을 맺은 카가메는 르완다산 고급 커피원두의 약 25%를 코스트코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며 교역의 활로를 뚫었다. 그 뒤 시네갈은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를 카가메에게 소개했고, 슐츠 또한 르완다의 커피를 대량 수입한다. 카가메는 계속 세계의 유력 인사들과 개인적인 유대 관계를 맺어 갔다. 세계은행의 ‘사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미국과 공동 9위에 올랐고 2004년 이후 르완다의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호감은 어떻게 만들어 낼까. 저자는 진실성(truth) 관련성(relevance) 이타성(unselfishness) 단순성(simplicity) 타이밍(timing)의 영문 머릿글자를 딴 ‘TRUST 원칙’을 내세운다. “언제나 진실을 말해라. 그러면 당신이 말한 것을 (애써) 기억할 필요가 없다.” 마크 트웨인의 이 말은 거짓말이 관계를 한순간에 허물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함으로써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의 렌터카 업체 아비스는 1962년까지 13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던 만년 2위 업체였다. 하지만 진실을 말한 광고 한 편으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아비스는 2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라는 카피는 아비스의 시장 점유율을 1962년 11%에서 4년 뒤 35%로 올려 놓았다.

‘관련성’은 상대방이 어떤 메시지를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믿게 함으로써 더욱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 세상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그로부터 의미를 뽑아내야 한다.

캐롤린 벅스봄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호감의 요소인 ‘이타성’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다. ‘왜 의사는 모두 거만할까’라고 실망하던 그는 헌신적인 의사인 마크 시글러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고 시글러가 근무하던 시카고대학병원에 4200만달러를 기부해 ‘최고의 진료를 위한 벅스봄연구소’ 설립을 도왔다. 또 최근 5년간 미국 에티스피어재단의 ‘윤리적 회사’ 순위에 오른 회사들은 S&P500에 오른 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으며, 2011년엔 30% 이상 격차를 벌렸다.

저자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라’는 단순성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타이밍의 원칙도 강조한다.

이 책의 원제는 ‘호감경제학(Likeonomics)’이다.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수많은 실제 사례로 틈새를 메우는 ‘케이스 스터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