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비밀편지 297통 경매 나온다
조선 제22대 왕 정조(재위 1776~1800년)가 재위 말년에 신하들과 주고받은 비밀편지 297통을 여섯 권의 책으로 장첩한 보물급 문화재 ‘정조 어찰첩’(사진)이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오는 27일 오후 5시 서울 신사동 경매장에서 여는 봄철 메이저 경매에 정조의 비밀편지 모음집을 비롯해 미국 팝아트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김환기, 이우환, 이대원, 요시토모 나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등 국내외 유명작가 작품 134점(추정가 약 94억원)을 출품한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과 한국고전번역원이 2009년 처음 공개한 ‘정조 어찰첩’은 정조가 1796년 8월20일부터 1800년 6월15일까지 노론 벽파의 거두인 심환지(1730~1802년)에게 친필로 써 보낸 편지를 모은 것. 국왕과 대신이 국정 현안을 놓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비롯해 여론 동향, 당대 인물들에 대한 평가와 인사 문제, 정조와 심환지의 인간적 관계, 정조의 성격과 인간적인 면모 등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추정가는 12억~20억원.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정조의 ‘어찰첩’은 전제군주를 둘러싼 수뇌부에서 진행된 정치의 실태와 생리, 따끈따끈한 실상을 담은 자료로 당대 정치사를 해명하는 데 긴요한 사료”라며 “정조의 친필 원본 297건의 묶음은 그 자체로서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에는 국제 미술 시장의 ‘블루칩’ 화가인 리히텐슈타인의 1982년작 ‘그림-토마토와 추상’이 추정가 35억~50억원에 출품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 경신을 노린다.

미술 애호가 베티 프리맨이 1984년부터 소장하다 출품한 이 작품은 2010년 뉴욕 가고시안갤러리의 개인전에 소개된 바 있다. 접시 위의 토마토를 만화적 기법으로 차지게 묘사한 수작이라는 게 K옥션 측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한국 작가의 해외 경매 최고가 기록은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그림 ‘빨래터’이다.

국내 작품으로는 박수근의 ‘노상’(4억5000만~6억원), 이우환의 ‘선으로부터’(3억~4억5000만원), 천경자의 ‘여인’(1억8000만~2억8000만원), 김환기의 종이 그림 ‘산월’(5000만~1억5000만원) 등이 새 주인을 찾는다. ‘설악산 화가’ 김종학 씨가 그동안 수집한 조선시대 서안, 책장, 탁자 등 목가구도 비교적 싸게 경매된다. 프리뷰는 16~26일 신사동 경매장. (02)3479-88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