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은 13일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정당 공천제에 기초한 현 지방자치제도에 부작용이 많다”며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정치권과 협의해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244개 광역·기초자치단체는 1995년부터 민선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광역·기초의회는 1991년부터 직선제가 실시됐다. 각 후보들이 정당에서 공천받은 뒤 주민들이 직접 해당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뽑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당 공천제로 인해 일선 지자체의 행정 및 의정이 정파에 따라 양분되고,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 및 중앙당 시도위원장에게 휘둘리면서 본연의 업무는 외면한 채 ‘패거리 정치’로 인한 밀실담합과 합종연횡 등의 폐해가 발생했다.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해 대선 당시 여야가 나란히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국가 효율성을 위해 폐지를 위한 충분한 논거를 제시해 추진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률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당공천제의 폐해 사례로 지난해 치른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꼽았다. 유 장관은 “지난해 기호 1번 후보였던 이상면 교수가 사퇴했는 데도 실제 선거에선 그를 찍은 표가 14%가 나왔다”며 “시민들이 인물이 아닌 기호만을 보고 투표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현 자치구 제도도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 장관은 “각 도 산하 시·군과 달리 서울 등 특별·광역시의 경우 구(區) 자치제가 과연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나 다른 광역시의 경우 구는 행정편의상 나눈 것이지 역사성을 갖기 어렵다”며 “주민들이 구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폐지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 장관도 “공천제 폐지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