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해 관가와 관련 공공기관들이 술렁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 기관장과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선인 시절에 MB정부의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며 전문성을 강조한 데 이어 국정철학 공유를 추가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냥 버티고 앉아 임기를 채우려던 공공기관장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물갈이 예고가 초미의 관심인 것은 정부가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장(長)·감사·임원 등의 자리가 6000여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공기업 30곳, 준정부기관 87곳, 기타공공기관 178곳 등 295곳은 청와대가 인사권을 쥐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이런 자리가 ‘정권 전리품’으로 인식돼 공신들의 논공행상이나 관료·정치권의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잘 드러나지도 않고 인사검증도 거의 없는 준정부기관과 기타 공공기관은 최적의 낙하산 투하지로 이용돼 온 게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바뀌면 전임 정권의 공직자가 물러나고 텍사스사단(부시) 시카고사단(오바마) 등의 말을 들으며 선거 공신들이 2만여 자리를 새로 채운다. 박 대통령이 전문성과 국정철학의 공유를 인선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공공기관의 주인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권에 권한을 위임했기에 대통령에게 신임을 새로 묻는 게 자연스럽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임기는 임명권자의 임기 내에서의 보장이지 대통령 임기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공공기관장 인선은 공모절차를 거친다지만, 실상은 공모라는 명분 아래 관료 정치인 등 대리인들이 문전옥답처럼 관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능력도 경험도 없으면서 청와대나 정치권에 줄을 대 자리를 꿰차기 일쑤였다. 이런 낙하산 폐습은 이제 사라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한국은행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 신임을 묻는 것이 맞다. 물론 이번 경우는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아니기 때문에 능력과 자질에 따른 엄정한 선별이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