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 소감에서 “대형 서점에 진열돼 있는 내 책을 보는 게 일생의 꿈이다”라고 한 소설가 최지운 씨.《옥수동 타이거스》 출간으로 꿈을 이루게 된 그의 기분은 어떨까.

“감격의 눈물을 흘릴 줄 알았는데 실감이 잘 안 나더라고요. 책 나온 다음 날 서점에 가서 입구 쪽에 진열된 책들을 보는데 멍했어요. 최지운이라는 동명이인이 책을 낸 것 같은 느낌이었죠.”

오히려 주변의 반응이 뜨거웠다. 부모님의 동창회 인터넷 카페에는 아들의 등단을 축하하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부모님에게는 좋은 직장, 성공적인 결혼 같은 이야기와는 또 다른 자랑거리였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기 전에 만난 친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함께 작가의 꿈을 키우던 친구들은 부러움 섞인 축하를 보냈다.

“한경 청년신춘문예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요. 한경이 장편에서도 기발한 작품이 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 같습니다. 장편은 현미경처럼 써야 한다는 틀이 있었는데 저는 심각한 현실을 만화처럼 유머러스하게 그려서 성공했잖아요. 아마 2회 때는 제 소설보다 훨씬 재기 발랄한 젊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겁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어학원에서 행정교사로 일하며 소설을 써 오던 그는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위해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 식구처럼 지내던 직장 동료들도 그의 선택을 응원해줬다. 그는 “이대로 샐러리맨의 인생을 살아야 할지 기로에 서 있던 순간에 작가의 길을 갈 명분이 생겼다”며 “업무에 쫓겨 노트북 폴더에 넣어뒀던 아이디어들을 꺼내 열심히 숨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