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3000명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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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 '큰바위얼굴 공원' 한국에도 있었네
충북 음성에 56만㎡ 공원 조성…전세계 위인 조각상 전시
국내외 관광객 年30만명 찾아…WSJ도 1면 기사로 소개
충북 음성에 56만㎡ 공원 조성…전세계 위인 조각상 전시
국내외 관광객 年30만명 찾아…WSJ도 1면 기사로 소개
8일 오후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중부고속도로 일죽나들목(IC)에서 빠져 나와 장호원 방향으로 자동차로 10분 정도 달려가니 왕복 2차선 도로 왼쪽에 ‘큰바위얼굴 테마파크’라는 대형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입간판 옆 건물에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문구가 적힌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세계 185개국 유명 인사들의 조각상 3000여점이 전시돼 있는 ‘큰바위얼굴 조각 공원’이다. 정작 국내엔 다소 생소한 ‘테마파크’지만 일본·중국 관광객들에겐 비교적 잘 알려진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8일자에서 “한국과 미국 대통령, 이소룡, 싸이,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들의 조각상을 감상할 수 있는 한국의 ‘필수 여행 코스’”라고 이곳을 1면에 큰 기사로 소개했다. 공원 설립자인 정근희 (주)음성큰바위얼굴 테마파크 대표(67)는 “전 세계 위인들의 흉상과 전신 조각상을 감상하기 위해 외국 관광객들만 연간 3만명 정도 찾아오고 국내 관광객을 합치면 연간 3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하루에 1000명이 이곳을 찾는 꼴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날 오후 매표소 앞에는 입장권을 사려고 기다리는 관광객 10여명 정도에 그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제적인 유명 신문에 ‘필수 관광 코스’로 소개된 테마파크에 대한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느껴졌다.
공원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처음 맞이하는 건 백범 김구 선생과 이 지역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흉상. 이들 흉상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한국을 비롯 전 세계 전직 대통령들의 조각상이 세워진 1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1전시관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전신상이 새로 세워졌다. 수첩과 손가방을 들고 밝게 웃고 있는 박 대통령 조각상은 높이 4.3m, 폭 1.8m, 무게 17t. 제작 기간만 6개월이 걸렸다.
그 앞엔 월드스타인 가수 싸이가 말춤을 추고 있는 조각상도 들어섰다. 중국에 있는 조각학교에 사진을 보내면 그곳의 석공들이 조각을 한 터라 김구 선생이나 인도 간디 등 실물과 비슷한 흉상이 많았지만 박 대통령 등 실제 얼굴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의 흉상도 상당수 있었다.
큰바위얼굴 조각 공원은 정 대표가 1992년부터 1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3년 세웠다. 56만㎡ 규모의 25개 야외 전시관에 고대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정치가, 경제인, 철학자, 종교인, 탐험가, 스포츠인, 노벨 수상자 등 시공간을 초월해 다방면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인물들의 조각상 3000여점을 주제별로 전시해놓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예수와 12제자, 석가모니, 빌 게이츠, 빈 라덴, 후세인까지 만나볼 수 있다.
국내 경제인 중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유일한 전 유한양행 회장,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 송금조 태양 회장(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 등 5명이 조각돼 있다. 정 대표는 “규모가 큰 만큼 이를 다 둘러보려면 며칠이 걸린다”고 소개했다. 이날 직장 동료 4명과 함께 공원을 찾은 황현숙 씨(55·경기 용인시)는 “사람 손으로 이런 멋진 조각상을 모두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의 전신상이 가장 눈에 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원에는 학생들에게 교육적 가치가 있는 인물만을 전시한다”고 말했다. 유명인이라고 해도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않는다면 조각상을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일부 인사들이 자신도 만들어 전시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며 “하지만 교육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인물은 제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이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1990년 미국 유명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조각된 미국 중서부에 있는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 산을 방문했을 때 느낀 감동 때문에 공원을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세계 각지에 위인들 동상을 모아놓은 곳들은 있지만 우리처럼 석상으로 꾸며진 곳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조각상들의 무게는 1개당 20~30t이고 최대 60여t에 달하는 것도 있다. 중국 푸젠성 현지에서 석공 5명이 한 작품을 6개월에 걸쳐 만들어 인천항을 거쳐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 공원으로 운송된다. 테마공원 입구 쪽에 세워진 미국 여배우 마릴린 먼로 전신상은 67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4년 만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정 대표는 1992년 중국 푸젠성에 자신의 호인 거암(巨岩)을 딴 거암조각예술학교를 세웠다.
테마파크의 또 다른 특징은 반체제 인사나 반사회적 인물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히틀러, 도조 히데키까지 전시돼 있다. 어두운 역사도 역사 자체로는 의미가 있어 아이들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각상도 세워진다. 이 밖에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박지성, 박태환, 장미란, 조수미, 앙드레 김 등 30개의 조각상을 올해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음성=임호범/하헌형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