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에 허기 달래준 '불황 먹거리' 라면, 지천명 맞아
"라면을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라면을 이같이 평한 바 있다.

1963년 국내에 첫 등장한 라면은 실제 한국전쟁 이후 기근에 시달리던 서민들을 달래주는 고마운 먹거리였다. 당시 개당 10원이었던 라면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한끼를 때울 수 있는 대표 '불황형 식품'으로 부상했다.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라면은 여전히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로 꼽힌다. 한해 국내에서 팔리는 라면은 34억 개. 국민 한 사람이 한해 평균 70여개씩 먹는 셈이다. 불황을 먹고 자라는 라면시장은 올해 연간 2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라면을 처음 만든 곳은 삼양식품이다.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해 1963년 9월15일 라면을 국내에 선보였다. 처음에는 새로 나온 옷감으로 착각하는 소비자들도 있었지만 라면은 출시 2년도 안 돼 월 1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라면이 인기를 끌자 롯데공업(현 농심)이 1965년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라면시장 부동의 판매 1위 제품인 '신라면'은 1986년 나왔다. 이후 1980년대에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며 라면업계 '4강 구도'가 형성됐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발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발 세계 경제위기 등 세 차례의 경제위기를 맞아 라면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라면시장은 1조9800억 원으로 팽창했다.

빨간국물 라면 위주의 시장에 하얀국물 라면 열풍이 불고, 1800원짜리 프리미엄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2011년 하반기 팔도 '꼬꼬면'과 삼양식품 '나가사끼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이 등장하면서 라면시장에 하얀국물 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초에는 꼬꼬면과 나가사씨짬뽕이 판매 1억 개를 돌파해 3개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3.3%까지 오르기도 했다.

농심 '신라면블랙', 삼양식품 '호면당',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등 1450~1800원 짜리 프리미엄 라면 제품도 잇따라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불황 속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식품으로 자리잡았다" 면서 "앞으로 다양해진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더욱 다양한 맛과 형태의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