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8%를 목표로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10개 안팎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과 머니마켓펀드(MMF) 혼합형 펀드를 만들어 주세요.”

사모펀드를 찾는 슈퍼리치가 늘어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모두 수익성이 하락하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남들과 차별화된 ‘알파 수익(절대수익)’을 내고자 하는 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펀드 유입액 절반 넘어

사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49명 이하의 사람들이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다. 주로 은행이나 증권사의 PB센터 등에서 자산가들을 상대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금융감독원 등이 정한 규칙을 정해야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자유롭게 투자 방식과 대상을 결정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4일까지 사모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은 4조956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순유입금액(9조8092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신규로 설정된 사모펀드는 814개(설정액 5조3314억원)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는 75개가 새로 만들어졌으며 설정액은 1조5272억원에 불과하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상품개발부 부장은 “아예 ‘나만을 위한 펀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자산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춘화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먼저 투자 대상과 방식,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고 여기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배분추구·파생상품 등 대상 다양해

사모펀드 투자 대상은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금융상품 등 다양하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가운데 하나는 MMF와 주식에 나눠 투자하면서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펀드다. 100억~200억원 규모의 소규모로 7~8%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바로 펀드를 해산한다.

정진우 동양증권 PB사업본부장은 “특정 종목 편입 비중 등에 제한이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10개 안팎의 주식에 집중 투자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편입하는 등 여러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형 ELS와 DLS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은 “공모형 상품과 달리 맞춤형으로 수익률과 만기를 조정할 수 있는 점이 사모형 ELS와 DLS가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초자산을 중국 위안화나 브라질 헤알화 등 신흥국 환율로 하는 DLS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금·원유 등 전통적인 DLS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데다 이들 신흥국 화폐의 환율 변동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든 중견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자산가도 있다. KTB자산운용은 이달 말 700억원 규모로 메자닌 투자 사모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