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한경혜 씨(38)의 개인전이 6일 서울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한 살 때 앓은 뇌성마비로 생사 고비를 넘나들다가 일곱 살 때 성철 스님을 만나 장애를 이겨내며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한씨는 전통 한지에 수묵담채로 계곡물 속의 조약돌을 묘사하는 작가다. 2009년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회화에 나타난 물 표정 연구’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20여년간 매일 1000배의 절 수행으로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를 담은 책 《오체투지》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1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물 속의 돌, 돌 속의 자연’. 생명의 원천이자 상징으로서 물과 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근작 20여점을 건다. 그의 작품에는 돌과 물이 가득하다. 화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면 실제 수면에 잠긴 돌을 보는 듯한 체험을 안겨준다. ‘모임’(사진)은 계곡에 고인 물속의 돌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물에 잠긴 돌의 자취를 통해 동양적인 생명사상을 엿볼 수 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씨는 “한씨의 돌과 물에 대한 묘사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풍경의 한 자락이라기보다는 실경을 근간으로 하되 작가의 상상력과 의도에 의해 조금은 가공된, 관념적인 것”이라며 “물과 돌의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정서를 정화하고 치유하는 정신적 물상”이라고 평했다. (02)734-13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