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을 시작으로 상반기 채용 시즌이 개막했다. ‘취업 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은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주요 대기업들이 작년 수준 이상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새 정부가 고용률 상승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위안거리다.
○3월부터 서류 접수
올해엔 LG그룹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지난 1일부터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했다. 선발 규모는 3000명 이상이다. 3000명을 채용했던 작년보다 줄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LG상사는 10일까지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자원개발, 해외영업, 경영지원 분야 등에서 지원서를 접수한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는 4~20일 원서를 받는다.
삼성그룹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50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 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에 5%를 할당하고 지방대 출신을 35% 뽑을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일부터 전형을 시작했다. 인·적성시험은 4월 초, 임원 면접은 4월 말 각각 실시해 6월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올해 뽑는 7700명의 신입사원 중 절반가량인 3850~4200명을 상반기에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SK그룹도 상반기에 작년 수준인 3000명가량을 뽑는다. 3월에 지원자들의 서류를 접수해 7월에 최종 선발한다. 다만 인턴으로 먼저 뽑은 후 업무능력이 검증된 약 70%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중공업은 4일부터 지원서를 받기 시작했다. 12일까지 전국 19개 대학을 돌며 취업설명회를 열어 15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4월 중순에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5월 초에 면접을 치른다.
CJ그룹은 14일부터 26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신입 사원 채용 규모는 600명으로 작년보다 20% 늘렸다. CJ제일제당, CJ E&M, CJ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지원,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직군을 선발한다.
○바뀌는 전형 잘 확인해야
올 들어 대졸 신입 공채 전형을 바꾼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 ‘스펙보다 스토리’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불필요한 전형은 통합하거나 없앴다.
삼성그룹이 절차 간소화에 앞장섰다. 삼성은 올 들어 자체 인·적성검사(SSAT)를 인성시험과 직무적성시험으로 분리, 적성시험 합격자에 한해서만 인성시험을 치르게 한다. 직무적성시험을 통과한 지원자만 면접 전형 때 인성시험을 본다.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토론 면접도 없앴다. 인성 면접과 프레젠테이션(PT) 면접, 토론 면접 등으로 나뉜 면접 전형은 두 단계로 줄어든다. SSAT 전형에서 반영하던 한자 가산점을 폐지한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가산점 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1차 실무면접에서 하던 영업 면접을 2차 임원면접 때 실시한다. 연고 관계가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차 면접은 100%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한다. 영어면접에선 주로 일상적인 회화 수준을 확인하거나 자동차산업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한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LG생활건강은 영어 회화 능력 검증을 강화했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외국어 말하기 능력의 반영 비중을 확대하고 중국어 일본어 등 제2외국어 자격증 소지자도 우대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어학점수나 학점 등을 직원 선발기준에서 원천 배제하고 있다. 대신 최장 1박2일간의 심층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의 직무 전문성, 글로벌 역량과 성장 가능성 등에 평가 초점을 맞춘다.
롯데그룹은 여성과 장애인,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형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인·적성 검사와 면접 전형을 하루에 마칠 계획이다. 포스코는 아프리카,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 정보에 밝은 인재를 우대한다. 성장 국가에 거주했거나 벤처 창업을 해본 인재도 우선 채용한다. 한국사 자격 보유자에게는 가산점을 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