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당업체들이 설탕 가격을 반년 만에 또 내리기로 했다. 새 정부가 출범 직후 식품회사들의 잇단 가격 인상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이후 식품업계가 내놓은 첫 번째 조치여서 관심을 모은다. 설탕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은 설탕 출고가를 5일부터 평균 5% 인하한다고 4일 발표했다. 흰설탕 1㎏은 1363원에서 1308원으로 4%, 흰설탕 15㎏은 1만7656원에서 1만6597원으로 6% 내린다.

삼양사와 대한제당 측도 “CJ제일제당에 대응해 출고가 인하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가격 인하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설탕값 ‘또’ 내린 배경은

CJ제일제당은 설탕값을 내리는 이유로 핵심 원료인 원당(原糖)의 국제 시세가 하락했다는 점을 들었다. 제당 3사가 가격을 마지막으로 올린 2011년 3월 당시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원당 3개월 선물은 1년 새 50% 이상 급등, 파운드당 35센트를 웃도는 초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파운드당 20센트 선으로 하락했고, 최근에는 18센트까지 떨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에도 설탕 출고가를 평균 5.1% 내린 데 이어 6개월 만에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업소용으로 많이 쓰는 15㎏짜리 흰설탕은 2년 새 1만8605원에서 10.8% 내리고, 1㎏짜리는 1436원에서 8.9% 떨어지게 됐다.

삼양사와 대한제당도 작년 9월 CJ제일제당이 가격을 내리자 같은 폭으로 출고가를 인하했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전기·가스요금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다시 반등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지만 원당 시세가 안정세에 접어든 데다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에 ‘물가 안정 협력’ 신호

설탕 가격이 인하됨에 따라 설탕을 많이 쓰는 음료·과자·빵·아이스크림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가공식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설탕 비중을 음료 10~15%, 과자 8~10%, 빵·아이스크림 3~5% 등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설탕값 인하에 대해 ‘새 정부의 물가 정책에 협력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당한 가격 인상은 막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국세청 세무조사가 들어올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가격 인상은 지난 정부에서 가격 인상을 강하게 억제했던 것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용수철효과’ 측면이 강한데 이런 것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