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를 졸업한 조혜진 씨는 코리안리와 삼성화재에 모두 합격했다. 한 군데도 붙기 어려운 금융권에 복수로 선택받은 비결로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스쿨(경영대)에서 복수학위를 취득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롯데면세점 해외 전략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한미솔 씨도 “해외 대학에서 복수학위를 받고 현지 광고회사에서 인턴까지 한 경험이 평소 원하던 일을 하게 된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국내에서 독일어와 영어, 미국 델라웨어주립대에서 심리학 등 세 개의 전공을 취득했다.

◆다양한 문화 경험도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에서 각각 2년가량 공부한 뒤 두 대학에서 모두 학위를 받고 좋은 직장을 잡거나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양쪽 학교의 졸업 요건을 모두 채워야 하고 학점도 평균 3.5 이상(4.5 만점 기준)을 유지해야 하는 힘든 조건이지만 그만큼 성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고 현지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해볼 기회가 많다는 장점도 부각된다.

◆현지 취업, 명문대학원 진학 속출

성균관대는 100% 영어 강의, 풍부한 장학금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글로벌경영학과와 글로벌경제학과 출신들이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미국 내 순위 20위권인 켈리스쿨과 글로벌경영학과 학위를 받은 학생은 총 7명으로 미국 현지 컨설팅사인 클라인 및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등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2년간 공부한 글로벌경제학과 학생은 총 4명. 이 가운데 최진욱 씨가 평점 4.44로 현지에서 수석으로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다른 이들도 옥스퍼드, 런던정경대, 버밍엄대 등에 합격했다.

한국외대는 2002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외 복수학위를 도입했다. 국내 전공과 다른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전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매년 4~5명가량만 해외 복수학위 취득에 성공한다.

한양대는 건축으로 잘 알려진 미국 일리노이공과대(IIT)에 본교와 ERICA캠퍼스 공대의 우수한 학생들을 보낸다. 2009년에 간 첫 도전자 세 명은 모두 현지 취업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연간 10여명이 복수학위에 도전하고 있다.

건국대는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프랑스 IESEG 등 8개 대학과 복수학위 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7~8명을 파견하고 있다. 동물생명공학과 출신 최성우 씨는 뉴욕주립대 복수학위를 받은 후 미국 내 의대 순위 8위인 텍사스 베일러의과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대 복수학위 도전 한 명도 없어

반면 서울대는 미국 조지아공과대 등과 협약을 체결했지만 현재 복수학위에 도전하는 학생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학부 단계에서 아직 복수학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최상위권 대학들이 국내에 안주해 국제 교류를 소홀히 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