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에는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을 고루 갖춘 종목에 투자하세요.”

한경닷컴이 주최하고 금융투자협회가 26일 후원한 ‘2013 한경 가치투자 대강연회’에서 한국의 대표적 가치투자 전도사들은 저성장 시대의 투자 전략을 이같이 제시했다. 강연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는 250여명이 개인투자자가 참석, 가치투자 3인방의 3색(色) 투자 해법에 귀를 쫑긋 세웠다.

◆“지주사 전망 밝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주식시장 현황 및 순환하는 가치의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첫 강연에 나섰다. 그는 종목 발굴 때 미래에 발생할 가치인 ‘성장성’과 현재 얻을 수 있는 가치인 ‘수익성’, 과거에 이미 확보한 가치인 ‘안정성’ 등 세 가지를 잘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연 3%대 은행금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만큼 연 8%대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대이동할 것”이라며 “주식에 투자할 때는 무엇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 시대에는 자산가치나 수익가치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는 주식의 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현금이나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유망하고, 특히 지주사들의 주가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배당주 투자는 필수”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장기적으로 고배당주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에는 금리가 연 2%대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며 “고배당주는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4~5%대 배당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저금리 시대에 훌륭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권했다. 그는 “내가 운용하는 펀드에도 40%가량을 고배당주로 채워넣고 있다”며 “직접 투자보다 펀드를 통해 투자하면 펀드 운용비용이 배당금 중 일부로 처리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명한 투자자 되기’라는 주제로 강연한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는 “회사 가치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정 상무는 “기업들의 실적 추정이 정확지 않고 후행적일 가능성이 높아 투자 시점 잡기가 매우 어렵다”며 “회사 가치에 집중하면 성공 확률이 높고,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가 가장 잘 아는 회사 중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으로 최하단에 있고, 이익 감소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최상단에 있으면서 재무적인 리스크가 없는 주식을 사야 한다”고 종목 선별법을 소개했다. 이어 “재무 리스크가 있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심각하게 훼손되면 팔아야 한다”고 했다.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지난해 국내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이는 중에도 최상위 성과를 기록했다.

김효진 한경닷컴 기자 jinhk@hankyung.com